아침에 쓰는 일기

겨울산을 오르다

커피앤레인 2018. 2. 16. 12:06

 

 

 

겨울산을 오르다

 

 

 

 

 

 

 

명절 전날이라그런지 꽃마을은 더 조용했다.

새벽 6시에 출발하여 민주공원을 거쳐 내친김에 구덕산이나 한번 가볼까하고

길을 잡았더니 계절에 민감한 나무들도 아직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나보다.

그 흔한 진달래 꽃도 전혀 꽃봉오리 올릴 생각을 안했다.

 

산대장은 간밤에 늦게까지 일을 했나보다.

지금쯤이면 가게불을 훤하게 켜놓았을텐데 OPEN이라는 팻말만 덩그렇게 붙어있었지 안은 캄캄했다.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걷다보니 어느새 내원정사가 나왔다.

누군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꽃마을을 거쳐 구덕산에 들렸다 다시 엄광산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딱다구리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부지런히 나무를 쪼았다.

머잖아 태어날 새끼들을 위하여 보금자리부터 만드는게 분명했다.

숫놈인지 암놈인지 잘 분간이 않되었지만 암놈일게 분명했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자식 챙기는건 암놈밖에 없었다.

그런점에서 보면 암놈들은 일평생 존경을 받아도 마땅한 존재들이었다.

그에비해 자기 말에도 책임을 못지는건 대체로 숫놈들이었다. 비겁한 놈들......

그렇다고 암놈이 다 착한건 또 아니었다.

버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알을 까고도 모른척하는 나쁜 년도 있었다.

 

엄광산을 지나면 돌산을 거쳐 구봉산이 얼굴을 내밀었다.

산세가 거북이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구봉산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구봉산에는 이조 영조때 부터 있었던 봉수대가 사람을 반겼다.

나라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낮에는 짐승의 똥을 태워 연기를 올렸고 밤에는 불을 피워

임금님이 있는 한양까지 실시간 위급함을 알렸다고 하였다.

현재에 있는 것은 고증을 거쳐 4분의 1로 축소한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직경이 9m라고 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국제신문 근교산 팀이 취재차 이 곳을 지나갔나보다.

나뭇가지에 노란 리봉이 매여있었다.

 

6시간여만에 산행을 끝내고 수남이 집에 들렸더니 그제사 문을 열었는지 누군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이구 형님. 우얀일입니꺼?

-우얀일은 , 산행갔다 오는길이지.

그건 그렇고 일단 배가 고프니 생선매운탕이라도 한 그릇 끓여주라 했더니 은정이가 올만에

오라버니 왔다며 까치 복매운탕을 맛있게 끓여왔다.

술은 주거니 받거니 해야 맛있다며 은정이가 소주잔을 내밀었다.

그건 그랬다. 술은 늙은 할매라도 옆에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한 맛이 더 있었다.

밥값을 주고 길을 나서니 오라버니 내일 또 오슈......떡꾹 끓여놓을 테니까.하고 은정이가 말했다.

-야 우리 집에도 떡꾹 있다.

-아이고 오라버니 몬 말을 그리한다여. 알았다.동승아 내일 또 올게 하면 얼마나 좋소.

-하긴 그렇네. 동승이 떡꾹 끓여서 대접한다는데 말을해도......

내가봐도 나이만 들었지 오늘은 매너가 꽝이었다.

은정이는 충청도 여자인데 재혼한 산대장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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