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소설을 다시 쓰다

커피앤레인 2018. 2. 7. 11:26

 

소설을 다시 쓰다

 

 

 

 

 

 

 

솔제니친/ 샤무엘베게트/ 꺄뮈 같은 소설가들을 좋아한 탓인지

간혹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언젠가 꼬막의 고장이라는 벌교에 갔더니 지리산을 쓴 조정래씨의 문학관이 있었다.

그 곳에서 느낀 것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을 쓰기 전에 플롯을 구상하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너무나 세세하게 그려놓은 두툼한 노트가 정말 인상 깊었다.

사실 단편과 달리 장편을 쓸려면 플롯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지리산은 대단한 준비를 거친 역작이었다.

 

하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시도 때도없이 마음 내킬 때만 긁적 긁적하다보니

온전한 작품이 될리가 만무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다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해서 10여년전에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블로그를 하다보니 욕심이 또 실실 발동했다.

해서 갈대아 우르에서 그발강까지라는 장장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만들었는데

책을 출판하기 전에 블로그에 먼저 올렸더니 반응이 예상외로 좋아 큰 힘을 얻었다.

책을 쓰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이름을 내기 위한 목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벌 목적도 아니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기면 시골에 박혀 글이라도 써 봐? 하는게 목적이었는데

그러다 최초로 쓴게 어느 노감독의 하루였다.

이 소설은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인데 내가 잘 아는 어느 영화감독의 이야기였다.

그런 인연으로 시인들이 주로 읽는 시의 나라에도 발표가 되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와서  다시 읽어보니 스토리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만

문장은 어딘가 촌스러운데가 역력했다.

그래서 엄동설한 긴긴 밤 오지않는 님을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소설이나

손 좀 보자하고 하나 둘 끄집어 내어 요리 고치고 저리 고치니

그나마 예전보다는 간이 좀 더 배인 것 같았다.

 

옛말에 첫 술에 배부르겠냐 했듯이 노니 염불한다고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조금씩 조금씩 개작을 하다보면

언젠가 단편소설집이 내 이름으로 또 하나 이 세상에 태어날지 누가 알리요.하고 열심히 작업 중인데

언젠가 가을새는 다시 울지않는다는 단편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어느 묘령의 여인이 서울서 찾아왔다.

아마도 이 놈의 상판때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였나본데

부산역에서 만났더니 보통 미인이 아니었다.

온김에 자갈치와 광안리 해수욕장을 들려보며 회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마지막 열차 시간에 쫓겨 아쉬운 작별을 했지만

그 후에도 우린 참 오래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했다.

지금은 비지니스 관계로 몽골에 가 있다고 했는데 문득 문득 그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 노감독의 하루와 가을새는 두번 울지않는다는 작품은 서툴지만 개작이 끝이 났고

세번째로 여자의 성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언젠가 이중섭 화가와 친했던

송혜수 선생님이 생전에 그랬다.

작품은 아무리 나쁜거라도 버리면 안돼......나중에 보면 그게 더 걸작일 수 있어.하고 충고를 했는데

선생님은 이제 가고 없지만 그 말씀은 아직도 내 뇌리 속에 여전히 머문체 나를 교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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