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13/ 아아 잊으랴....................

커피앤레인 2007. 6. 7. 08:15

 

26262

 

 

아아 잊으랴,,,,,,,,,,,,,,,,,,,,,,,,,,,,,,,,

 

 

 

 

김중업씨가 설계한 현충탑은

언제나 봐도 높고 우람했다.

 

 

엄광산을 뒤로하고 좌측엔 시약산과

구덕산과 승학산이 잘 뻗은 날개처럼

부산의 한축을 담당하였고

 

 

우측엔 부산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북항이

면경알처럼 그렇게 태평양을 향하여

다소 곳이 자리 잡은 곳에 현충탑은

오늘따라 더 높이 솟아 있었다.

 

 

의례껏 6월이면

호국영령들을 위한 달이거니하고

프랑카드만 요란할뿐 언제나  별다른 관심도 없이

지나쳐버린 이 넘은

오늘이라고해서  예나 별다를게 없었다.

 

 

 

아침일찍 카메라나 울러메고

구덕산을 거쳐  내친김에

옛날에 살았던 승학산 끝자락까지 함 가볼까 하고

집을 나섰는데

민주공원을 접어들자 어디선가 애국가 부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니 오데서 애국가를 부르지 ?

참 신기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기사 예전같으면 신물이 날 정도로 들었기 때문에

하나도 신기할 턱이 없었을텐데

어느새 나라꼴이 이모양 이 꼬라지가 되었는지

좌우니 보수 꼴통이니 해사면서

국기가 어떻고

애국가가 어떻고 해사면서 하도 지랄을 하는바람에  

나도 모르게 모처럼 듣는 애국가가 그리 반가울수가 없었다.

 

 

아 그라고 보니 오늘이 바로 현충일 이었구나 .........................

의례껏 오늘이 현충일인줄 알면서도

머리속의 현충일과 실제로 느끼는 현충일은 사뭇다른지

감회가 이만저만 틀리는게 아니었다.

 

 

시계를 흘낏 쳐다보니 10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는데

이미 식은 시작된 모양이었다. 

이넘이 있는 삼실에서 중앙공원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는데

중앙공원에서 충혼탑으로 이르는 계단엔

아침 일찍부터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네와 해병전우회 그리고

검은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끝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왕 가는 김에 이 넘도 올만에 현충탑이나 한번 들려보자 하고

 계단을 따라 사람들 틈에 섞여 올라갔더니

충혼탑 근처엔 이미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조사가 끝나고 분향순서에 따라 시장을 위시하여

여러분들이 분향하는 동안 잘 차려입은 경찰악대원들이

조가를 연주했는데 그게 늘 귀에 익은 친숙한 곡들이었다.

 

 

게중에는 이 넘이 젤 좋아하는

우리다시 만나....볼 동안 하나님이 함께 계서

간데마다 보호하며 양식주시기를 바라네하는

찬송가도 있었다.

 

 

순간적인 생각이었지만 역시 조가는 찬송가가 젤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암튼 조가가 울리는 동안

영령들에 대한 묵념과 분향이 진행되었고

소복을 입은 전몰유가족들이 눈시울을 적시는게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이 넘이사 전몰유가족도 항일 독립투사도 없었지만 

그래도 초록은 동색이라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하였는지

한동안 카메라 앵글이 잘 잡히지 않았다.

 

 

아아,,,,,,,,,,,,,,,,,,,,,,,,,,,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반세기가 흐르고

이미 넋이되어도 한참은 넋이 되었을 텐데도

조국을 위하여 바친 저들의 충정은 잊혀지지 않은지

식이 끝나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였다.

 

 

 

어쩌면  이 넘에겐 현충일은 항상

 잊혀진 어떤 날이거나

아니면 어절시고 좋다하고 여행이나 싸돌아 다니는 날이었지

단 한번이라도 옷깃을 여미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하여

이름모르는 산하에서 젊음을 산화한 넋들을 위로하거나

추념하는 날은 결코 아닌 것 같았다.

 

 

해서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현충탑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날만은 반드시 여기에 와서

저들과 함께 

죽은 영혼들을  기억하며 추모하리라고 마음을 다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