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12
written by j.i.woo
-원하는 LP판이 없나보네요.
-그래요?
남잔 천천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새 제법 진눈깨비가 쌓였나보다.
사방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있었다.
남잔 그의 아내에 대하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긴 어차피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 아니니 굳이 모든걸 까발릴 이유는 없었다.
여잔 덕숙이라는 여류시인을 생각했다.
바람이란건 참 좋은거야..................하고 여잔 알듯모를듯한 말을 혼자 자주 뇌까렸다.
-바람이 좋아?
-좋지. 후덥지근한 것보단 백번 더 낫지.
-언닌 바람 피워봤어?
-바람. 글세
-대답이 뭐 그래.
-그럼 바람 안피우는 사람도 있나?
한데 중요한건 말이야 바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거야.
-사랑?
-응. 사랑이란 단어가 사실은 굉장히 묘한 단어야.
-어떻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면 부부관계나 뭐 그 따위 것들을 상상하는데
사실은 섹스는 그냥 들러리일뿐이야.
-그럼 뭐가 중요한데.
-글세.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너하고 노닥거리고 있겠어?
-언니 난 사랑은 섹스만은 아닌 것 같애.
-그렇지. 때로는 구역질 날 때도 있잖아.
-마자. 막무가내로 쳐들어올 땐 정말 미치겠어.
-그렇지. 사내들이란 그것밖에 모른가봐.
-하지만 간혹 하고싶을 때도 있잖아.
-그걸 몸욕이라고 해.
-몸욕? 그게 뭔뜻이야?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몸이 더 하고싶다는 신호를 보낼 때가 있어.
-그렇긴 그렇지.아주 간혹이지만.
-한데 그것만으론 부족해.
-뭐가?
-사랑이란 묘한 뭔가가 있어.
토마스 하디가 테스에서 이런 말을 했잖아.
-뭐라고?
-감정은 때때로 이성을 앞지른다고.
-그럼 사랑은 감정이란 말이야?
-아니야. 그것만으론 부족해.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는거야?
호감.인간됨됨이.그것도 아니면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하는 단순한 본능이야.
-아니야.아니야.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우리가 그것을 언제 배설하고 싶었지.
뭔가 깊히 끌렸을때 같은데. 그게 뭘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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