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길 위를 걷는 여자

길 위를 걷는 여자/19

커피앤레인 2007. 6. 17. 16:42

 

길 위를 걷는 여자 / 19

written by j.i.woo

 

 

 



여잔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얘 전화 좀 받으라.

_어디 아픈건 아니지?

-시간 나는대로 전화해줘.저녁이라도 같이하자.

-얼마나 상심이 되겠니? 하지만 힘내라.인생사 다 그런걸 어쩌겠니.

여잔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았다.

남편과 헤어질 때도 무덤덤했는데 엄마의 죽음은 달랐다.

조금씩 그녀가 알지못했던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찬기온을 막아주던 겉옷 하나가 어디론가 휑하니 날아간 기분이었다.

여잔 올만에 커피를 올렸다.

구수한 냄새가 조금씩 새어나오자 여잔 비로소 기분이 편안했다.

엄만 좋은데 갔겠지..............................

여자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당뇨와 심부전증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 때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아버지의 갑자스런 죽음은 여러모로 여자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여잔 처음부터 결혼엔 별 취미가 없었다.

가능하면 불란서로 넘어가 그림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친의 갑작스런 죽음은 여자의 인생을 보기좋게 뭉땅거려버렸다.

여잔 한동안 좌절과 실의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때때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죽은 아버지를 욕했다.

하지만 그것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철이들면서 여잔 보바르와 샤르뜨러처럼 일시적 계약결혼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공상에 불과하였다. 

현실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게 시들해지자 여잔 차라리 머리를 박박 밀어버릴까도 생각했다.

속세를 떠난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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