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24
written by j.i.woo
산부인과는 여자에겐 퍽 유쾌한 곳이 못되었다.
-천형이야.천형.
여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은 여자로 하여금 점점 바깥으로 밀어내었다.
때문에 여자는 불나방이 되어 하루에도 몇번 어디론가 훨훨 날아갔다.
종종 뭇사내들이 다가왔지만 여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도시의 거리는 곡예사들로 충만했다.
어둠이 깃들면 여자나 남자나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사랑과 배신과 불륜이 복마전처럼 깔린 도시는 샹드리에처럼 휘황찬란했다.
여잔 윤리란게 도대체 뭘 말하는지 알지못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게 도시의 윤리였다.
때론 재수없게 치정에 얽혀 망신살이 뻗쳤지만 그겐 빙산의 일각이었다.
사랑은 캔버스와 같았다.
처음 한 두번 밑칠을 할땐 그나마 순수했다.
그러나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기를 반복하다보면 처음 의도했던 그림은 어디에도 없었다.
애초부터 순백의 그림을 그리겠다고 생각한 자체가 너무 순진한 발상인지도 모른다.
여자가 만난 남자들은 대체로 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남잔 더 천박하거나 훨씬 더 위선적이었다..
사랑을 가장한 욕정이 무르익으면 남잔 어김없이 폭군이 되었다.
'중편· 길 위를 걷는 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를 걷는 여자 / 26 (0) | 2007.06.25 |
---|---|
길 위를 걷는 여자 /25 (0) | 2007.06.24 |
길 위를 걷는 여자 /23 (0) | 2007.06.22 |
길 위를 걷는 여자 / 22 (0) | 2007.06.21 |
길 위를 걷는 여자 / 21 (0) | 2007.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