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33 / 연상의 여인 ..........................

커피앤레인 2007. 6. 27. 09:57

 

26994

 

 

연상의 여인  ,,,,,,,,,,,,,,,,,,,,,,,,,,,,,,,

 

 

 

나이가 들면 조금씩 비우는 연습을 해야했다.

젊었을때는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의 욕심이 다르다보니

제 취향대로 뭘 자꾸 모을려고 하지만

큰집에서 살다가 작은집에 살고

작은살다가 큰집에 사는 연습을 몇번해보고나면

자연히 그게 그거다하고 버리는게 의외로 많다는 것은

삶을 통하여 자꾸 배우게 되었다.

 

 

몇해전

 중국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동안 애지중지하며 모아두었던 

클래식 LP판이며 턴테이블이며 소장품들을 모두다 남에게 나눠줬더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였다.

 

어젠 저녁을 먹고 있는데 임여사 한테서 난데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충청도 여자 답지않게 언제나봐도  단도직입적이었다.

-U사장님 어데 계세요 ?

-아 임여사 저녁먹고 있는데,,,,,,,,,,, 와요?

난 지금 중앙동인데

-그럼 저 좀 만나실래요 ?

 

임여사는 나이가 60이 훨 넘긴 여인이었다.

자칭 전쟁미망인이라고 하였는데 진짜 전쟁미망인은 아니고

월남전 종군기자로 갔다가 고엽제로 남편이 죽자  

헌법소원을 내어 국가 유공자인지 뭔지를 인정받아

연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사는 철의 여인이었다.

 

만나자는 목적은 중앙동 주변에 친구가 집을 하나 사려는데

뭘좀 알아봐달라는 부탁이었다.

누가 사려는데 .........................하고 물었더니

조금있으면 멋진 여자가 온다하여 잔뜩 기대를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자기또래 친구였다.

 

 

유여사는 임여사와는 수십년 친구인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피아노가 전공인지 오래동안 학교에서 음악선생을 하였다고 하였다.

지금은 목욕탕을 하나 갖고 있는데

여자치고는 보일러 시스템에 대하여 꽤나 박식도 하고 사업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였다.

2-30대때는 그래도 한껏 멋을 부리고 돌아다녔는지

내가 간곳은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올만에 연상의 여자를 만나니 기분이 좀 그랬지만

그래도 호프를 몇잔 마시니 이내 죽이 통했는지

나중엔 기어이 남포동에 나가서 우동이나 한그릇하자했다.

 

이미 배도 부르고

모 야릇한 마음을 가질 나이도 아니고해서

그냥 삼실에 들어가 나머지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럴려고하니 연상이라고 무시하나 할까봐

억지춘향격으로

나보다 한참이나 위인 연상의 여인들을 데리고

단골집에 갔더니

오늘따라 우동집 아짐씨가 빨간 구찌베니를 하고

죽은 지서방 보듯이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젊은날 같으면 연상의 여인은 흠모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연상의 여인이

오히려 조금 부담시러운걸봐서는 이 넘도 나이 탓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짐씨들은 이 넘의 심정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이

모가 그리 좋은지

저녁내내 내가 낼테니 걱정말라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닐려고 안달이었는데......................

암튼 어제 밤은 연상의 여인 두 사람 때문에 글도 제대로 못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