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길 위를 걷는 여자

길 위를 걷는 여자 /33

커피앤레인 2007. 7. 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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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걷는 여자 / 33

written by j.i.woo

 

 

여자의 일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월 *일

 

아침부터 하혈을 했다.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그 사람은 간밤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병원에 갔다. 담당의사는 큰일 날뻔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큰병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었다.

 

 

*월 *일

 

남잔 점점 더 뻔뻔스러웠다.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점점 더 길었다.

나는 전혀 악을 쓰지도 대꾸도 하지않았다.

얼굴을 보는 것조차 역겨웠다.

처음으로 자살이라는 것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월 *일

 

드디어 올것이 온 모양이다.

남자의 새 여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용히 함 만나자고했다.

굳이 못만날 이유도 없지만 구태여 만나야 할 이유도 없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엔 꽤나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피가 거꾸로 솟아 견딜수가 없었다.

살인은 아마 이럴때 하는가보다.

 

*월*일

 

처음으로 다른 사내를 만났다.

생각과 달리 가슴이 떨리고 손이 후들거렸다.

커피를 마시는둥 마는둥하고 이내 나와버렸다.

집으로 오는동안  내내 눈물이 났다.

 

*월 *일

 

새 여자한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막무가내로 집으로 오겠다고 졸라대었다.

여자가 온 모양인지 누군가 초인종을 계속 눌러댔다.

난 한쪽 벽에 기댄체 숨을 죽이고 한동안 서 있었다.

도대체 이 인간은 무슨 짓을 하는걸까?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여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러댔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여잔 더 이상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내내 불을 켤 수 없어 미칠지경이었다.

 

 

*월 *일

오늘따라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낸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점점 끝으로 향하여 가고 있는게 분명했다.

엄마가 죽은 날도 사내에겐 전혀  연락이 닿지않았다.

친인척들에겐 급한 일로 외국에 나갔다고 일부러 얼버무렸다.

 

아내의 일기는 여기서 일단 끝이났다.

남잔 한동안 담배만 뻐금뻐금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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