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34
written by j.i.woo
여잔 의외로 겨울을 무척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요사채에 머물면서 며칠씩 그림을 그리곤했다.
온 들판이 하얗게 물드면 여잔 아예 산사에 눌러앉았다.
산사의 새벽공기는 생각보다 더 맑고 차가왔다.
남잔 종종 여자를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암자 뒷편으로 난 소롯길은 보기 보다 더 좁고 험했다.
간혹 키 큰 감나무들이 보였고 까치밥으로 남겨둔 작은 감들은 얼은체 그대로 달려있었다.
찬바람이 불자 여잔 자주 기침을 했다.
하지만 예전보단 훨 나은 것이라고 했다.
여잔 겨우내 짠 빨간 머플러를 건네 주었다.
여잔 결혼에 대하여 상당히 신중한 편이었다.
친하다는 것만으로 결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상당부분 여자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어쩔수없었다.
남잔 처음으로 여자를 끌어안으며 우리 결혼합시다하고 손을 내밀었다.
여잔 순간적으로 매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마침내 길이 뚫리자 남잔 홀로 산사에서 내려왔다.
여잔 말 대신에 그림 한점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비틀에 선 작은 나무들이 바람에 안간힘을 쓰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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