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33
written by j.i.woo
여자의 일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월 *일
아침부터 하혈을 했다.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그 사람은 간밤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병원에 갔다. 담당의사는 큰일 날뻔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큰병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었다.
*월 *일
남잔 점점 더 뻔뻔스러웠다.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점점 더 길었다.
나는 전혀 악을 쓰지도 대꾸도 하지않았다.
얼굴을 보는 것조차 역겨웠다.
처음으로 자살이라는 것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이 자꾸 어른거렸다.
*월 *일
드디어 올것이 온 모양이다.
남자의 새 여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조용히 함 만나자고했다.
굳이 못만날 이유도 없지만 구태여 만나야 할 이유도 없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여자의 목소리엔 꽤나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피가 거꾸로 솟아 견딜수가 없었다.
살인은 아마 이럴때 하는가보다.
*월*일
처음으로 다른 사내를 만났다.
생각과 달리 가슴이 떨리고 손이 후들거렸다.
커피를 마시는둥 마는둥하고 이내 나와버렸다.
집으로 오는동안 내내 눈물이 났다.
*월 *일
새 여자한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막무가내로 집으로 오겠다고 졸라대었다.
여자가 온 모양인지 누군가 초인종을 계속 눌러댔다.
난 한쪽 벽에 기댄체 숨을 죽이고 한동안 서 있었다.
도대체 이 인간은 무슨 짓을 하는걸까?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여잔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러댔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여잔 더 이상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저녁 내내 불을 켤 수 없어 미칠지경이었다.
*월 *일
오늘따라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낸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점점 끝으로 향하여 가고 있는게 분명했다.
엄마가 죽은 날도 사내에겐 전혀 연락이 닿지않았다.
친인척들에겐 급한 일로 외국에 나갔다고 일부러 얼버무렸다.
아내의 일기는 여기서 일단 끝이났다.
남잔 한동안 담배만 뻐금뻐금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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