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38
written by j.i.woo
그나마 붓을 잡으면서 여잔 조금씩 평정을 되찾았다.
대신 귀가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남잔 자주 짜증을 내었지만 딱히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불만은 결국 싸움이 되었고 마참내 서로의 약점을 후벼팠다.
종국엔 서로의 집안을 헐뜯었다.
남잔 폭력을 사용했고 여자도 개자식...하고 악을 썼다.
냉전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
여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남자가 출근을 하고나면 여잔 그제서야 부시시 일어났다.
간단한 화장만 하곤 곧장 작업실에 틀어박혔다.
여자의 작업실은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한적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싱그러운 풀냄새로 가득했다.
여잔 몇번이고 결혼을 후회했다.
대학은 일주일에 한두번 나가는게 고작이었다.
그곳도 치열하긴 마찬가지였다.
시간강사에서 전임강사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더 멀고 험난했다.
누군 돈을 싸질머지고 갔다고 했고
누군 은밀한 관계도 마다하지 않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여잔 대학에 대하여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남편이 고마운건 제때에 꼬박꼬박 월급을 갖다주는 것이었다.
예전엔 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돈의 위력은 여자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엄청났다.
돈은 곧 인격이고 그 사람의 무게였다.
여자가 남자와 섣불리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도 돈 때문인지도 몰랐다.
돈은 이시대의 족쇄와 같은 존재였다.
어쩌면 여자는 갈수록 벼랑 끝에 서 있는 한그루 나무에 불과했다.
금새라도 돈 줄을 끊어버리면 ...........
아무래도 뿌리부터 고사할게 자명했다.
여잔 버틸 수 있는데 까지 버티어보자고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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