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51
written by j.i.woo
겨울은 여자에겐 특별한 계절이었다.
유난히 겨울을 좋아한 탓도 있겠지만
그건 어쩌면 오래전에 읽은 니이체의 싯귀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여잔 생각했다.
이윽고 눈이 오리라
까마귀 우짖으며 거릴로 흝으러진다
그래도 고향을 가진 자는 다행하다
고독의 첫 귀절이었다.
여잔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를 몹씨 좋아했다.
조금은 음울하고 조금은 을씨년서러웠지만 .....................
여잔 그런 날이면 혼자서 어디론가 배회하고 싶어했다.
사실 따지고보면 산다는건 대상이 다를뿐 배회의 연속이었다.
남자에게서 전화가 온 건 거의 한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우리 야간 열차 타고 강릉갈까?
-강릉?
강릉은 잡자기 왜?
-따분하잖아
강릉으로 가는 기차는 밤 9시 30분에 있었다.
대합실에 들어섰을땐 그곳은 이미 만원이었다.
야간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저마다 짐보따리를 든체 개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잔 자판기에서 밀크 커피를 한잔 뽑았다.
한떼의 군인들이 따블백을 울러매고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전방으로 가는 보충병 같았다.
남잔 출발시간이 거의 다되어서야 헐레벌떡 뛰어왔다.
-야야 여기야 ..... 남잔 구석진 곳을 향하여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여잔 순간적으로 기분이 묘했다.
일행이 있을 줄 알았으면 안왔을텐데,,,,,,,,,,,,
밤새 낯선사람들 하고 어울려 어디론가 간다는건 고역이었다.
이미 세사람은 오래 전에 약속을 했나보다.
짐들이 제법 무거워 보였다.
여잔 가볍게 목례를했다.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인지 무척 다정해보였다.
기차는 예정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출발했다.
세사람은 한동안 씨끄럽게 떠들어 대며 스케쥴을 얘기했다.
두 사람은 양양을 거쳐 오색약수터로 간다고 했다.
날씨가 좋으면 대청봉까지 오를 작정이라고 하였다.
남잔 강릉에서 일단 일박을 한 후 그 다음 예정지는 그때 잡자고했다.
그건 여자와 생각이 비슷했다.
굳이 어디를 가던지 스케쥴에 얽매이는걸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기차는 자주 덜거덕 거리며 영천으로 향했다.
영천을 지나자 바깥기온이 현저히 낮은가보다.
스팀이 들어왔지만 창가엔 냉기가 감돌았다.
마주앉은 두사람은 벌써 잠이 든 모양이었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간간히 가로등 불빛이 보였고 남잔 말없이 책만 읽고 있었다.
여잔 닥터 지바고를 기억했다.
전황도 알지 못하면서 전선으로 떠나는 군인들은 밤새 술에 취해 떠들고 댔다.
순간 라라의 얼굴이 스쳤고 기차는 여전히 오지로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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