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60
written by j.i.woo
여자의 일생이란게 예나지금이나 비슷한가보다.
우리네 할머니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고 언니가 그랬듯이 여잔 시집이라는 숙명을
도무지 떨쳐버리지 못하는 존재인가보다.
어쩌면 노천명의 싯귀처럼
목이 길어 슬픈 사슴마냥 여자의 운명도 마냥 그런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여자는 초희의 집을 나서면서 내내 우울했다.
-뭐? 기분 나쁜일이라도 있어요?
-아녀 그냥 좀 피곤해서요.
여잔 거짓말을 했다.
저녁 내내 여잔 혼자 있고 싶어했다.
남잔 목욕이라도 하고 오겠다며 초저녁부터 어디론가 나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여잔 낮에 스케취한 초희의 집을 다시 꺼내보았다.
머슴들이 보였고 넓은 뜰도 보였다.
과년한 처자는 방안에 틀여박혀 꿈적도 않았다.
초흰 분명 방금 말한 오빠의 얘길 또렸이 기억했다.
신랑으로 받아들일 사내는 오빠의 친구 아들이기에 다소나마 안심이되었다.
명문 세도 가문이니 어쩌면 신분으로나 인품으로나 서로가 잘 맞을 것 같았다.
더구나 아랫 것들 처럼 본바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몰락한 선비의 가정도 아니니
살림도 그리 궁색할 턱이 없었다.
초흰 어느새 사내를 연모했다.
혼사가 가까워지자 이상하리만치 사내에 대한 연정도 점점 깊어졌다.
초희의 방은 좀처럼 불이 끄지질 않았다.
그만큼 초희의 마음은 결혼이라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초희의 생각은 오래지않아 엄혹한 현실과 마주쳐야했다.
현실은 더 냉혹했고 바람은 초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거칠었다.
사낸 시문을 읊는 여인네가 별로 달갑지않았다.
남편의 무시도 무시지만
고부간의 갈등마저 깊어지자 초흰 비로소 시를 안다는게 얼마나 불행한가 깨달았다.
요즘 최경창 백광훈 같은 어르신이
詩를 지어 성당의 경지에 이루셨으니
시경에 수록된 쓸쓸했던 대아시
이제 다시금 금옥소리를 얻었네요
시인은 낮은 벼술로 살림이 궁하고
변방근무 땔 나무 장만이 근심이네
나이도 지위도 다시 들어서
이제야 시인이 가난한걸 알겠어요
(*성당은 당나라의 시성 두보와 이백이 활동하던시기를 말하였다.
비로소 시가 살림을 가나하게 한다는것을 안다는것은
시인이 궁하면 궁할수록 시문이 훌륭해진다는 뜻이었다.
최훈영의 언어예절 에서,,,,,,,,,,,,,,,,,,,,,,,,,,,,,,,,,,,,,,,)
주인집 여잔 일찌감치 잠자리를 깔았나보다.
초저녁부터 얼씬도 하지 않았다.
여잔 간단히 뒷물을 하고는 자리부터 깔았다.
오늘밤은 모처럼 일찍 자고 싶었지만 남잔 어디에 빠졌는지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설마 오겠지하고 여잔 이불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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