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길 위를 걷는 여자

길 위를 걷는 여자 / 59

커피앤레인 2007. 7. 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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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를 걷는 여자 / 59

written by j.i.woo

 

 

 



초희(許蘭雪軒)의 집은 호수 맞은편 왼쪽 솔밭 속에 깊숙히 숨어 있었다.

아름드리 키 큰 소나무가 좌우로 서있었고

그 사이로 달구지 하나는 족히 다닐 정도로 큰 길이 뚫여 있었다.

초희는 어릴 때부터 오빠 허봉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남매의 정이 각별했다고 했다.

특히 오빠 친구인 이달에게서 시문을 익혔다는데

당시 아녀자가 시문이나 읊는다는건 대단한 일이였다.

그러나 초희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무척  가소롭게 여긴게 분명했다.

그녀의 시엔 남편에 대한 섭섭함과  시댁에 대한 원망이 소롯이 담겨있었다. 


 

 

 

역양산 오동나무 ( 遣興)

 

 

오동나무는 역양산에서 자랐는데

몇해나 차가운 그늘을 견디었나.

다행히 세상에 드문 악공을 만나

베어져 소리좋은 거문고 되었네

그 거문고로 한 곡조 탔건마는

온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으니

이제사 광릉산 옛 거문고 곡조는

산에 막히고 물에 잠겨 끊어졌다네.

 

시문중에 나오는 기년오한음 (幾年傲寒陰),,,,,,은

몇해나 차가운 그늘을 견디었나하는 말로  

서릿발 같은 혹한 에도 꿋꿋이 견딘 여인의 인고를 비유한 말이었다. 

거세무지음 ( 擧世無知音)....은 온 세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네 하는 말로

당시 그녀의 처지가 어떠했음을 말해주었다. 

원래 무지음(無知音) 이라는 말은

 중국 춘추 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伯牙)가

거문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그의 친구 종자기(鐘子期 ) 밖에 없다는 고사로

당시 초희의 심정이 저러했다는 것을 암시했다.

15세에 안동 김씨 집안으로 시집을  간 초희는  반달 노리개라는 시도 지었다.

 

 

반달노리개

 

 

 보배로운 기운이 서린 순금으로

반달무늬 노리개 예쁘게 새겼네

시집올때 시부모님이 주셨기에

붉은 치마 끈에 달아두었는데

오늘 떠나시는 그대에게 드리니

낭군께서 정표로 간직하소서

길위에 버리는건 아깝지 않지만

다른여인 허리띠엔 아깝더이다.,,,,,,,,,,,,,,,,,,,하고

여인의 속내가 그침없이 잘 드러나있었다.

 

길위에 버린는건 아깝지 않다는 

불석기도상(不惜棄道上) ,,,,,,,,은  부처님 면전에 드리는건 아깝지 않지만

막결신인대(莫結新人帶),,,,,,,,,,,다른여인 허리띠에 매다는건 아깝더이다라는말은

요즘 말로 딴 년한테 홀려서 애지중지여기던 노리개를 주는건

아깝다는 여인의 속마음을 너무나 진솔하게 나타낸 표현이었다. 

 

(*허난설헌의 시 해석은 카페 최훈영의 언어예절에서 참조한 것임)

 

 

생각보다 초희의 일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소녀시절을 제외하고는 초희를 누구보다  애지중지하던 아버지 허엽은 

경상감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던 중에 상주 객관에서 죽었는데 그때 초희 나이 불과 18세였다.

안동 김씨 가문으로 시집간지 꼭 3년째 되는해였다.

설상가상으로 오빠 허봉마저 동인에 속한 학자들과 율곡에 대하여 논쟁을 하다가

갑산으로 귀양을 가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때 초희 나이 21세였다.

오빠 허봉은 그 후 귀양에서는 풀려났지만 한양에는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금강산 등지로 떠돌아 다니다가 38세에 객사를 하였다.

허봉이 죽은지 꼭 일년 후에 초희마저 세상을 떠났는데

그 때 그녀의 나이 불과 27세였다.

그 사이 오빠 허봉의 동창인 김첨의 아들 김성립과 결혼하여 얻은 두 남매마저

차례로 죽자 동생 균은 죽은 누이의 제삿상도 차려줄 자식하나 없이 떠난 누이가  너무 불쌍하여

 여러날을 뜬밤으로 새웠다고 하였다.

 여잔 초희의 집을 스케취하면서 잡자기 목이 잠겼는지

괜쓰리 고함을 꽥꽥 내지르며 헛기침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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