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62
written by j.i.woo
여자가 우울한 건 따로 있었다.
사촌언니도 여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상대편 남자가 영 마음에 걸렸다.
이왕이면 괜찮은 남자와 만나지................
여잔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홀을 빠져나왔다.
간간히 파도소리가 들렸고 바람이 불었다.
여잔 구멍가게에 들어가 마른 오징어 포 한마리와 소주 한병을 사면서 빈 라면 박스 한개를 얻었다.
-빈 라면박스는 왜?
-그냥 바닷가에 앉아 소주나 한 잔 마실려고요
-뭔 좋지못한 일이라도 있나보지 ?
-아니어요.겨울바다가 좋잖아요?
-겨울바다?
하긴 그게 청춘이지
-여기 오래사셨어요?
-아니.흘러흘러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
-싸웠어?
-아뇨
-여기오면 다 그래.
-여기오면요 ?
- 신혼여행이라고 왔다가 싸우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래야지
-참아.참고 사는게 제일이야.
여잔 빈 라면박스를 깐다음 그 위에 앉아 병마게를 땄다.
성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게 보였다.
여잔 올만에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기분이 더러웠다.
만에 하나 외사촌언니가 더 멋진 남자와 하룻밤 정분을 나누었다면
여잔 이렇게 까지 화가 나지않았을게다.
하지만 오늘 밤 만큼은 여잔 언니 편이 되어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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