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477 / 원동역

커피앤레인 2007. 8.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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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역(驛) ,,,,,,,,,,,,,,,,,,,,,,,,,,,,

 

 

 

강영환 시인은 지리산 시집으로 더 유명한 시인이었다.

올만에 그의 얼굴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weekly joy라는 부산일보 주말판에 내 마음속의 이 곳이란 란에

산으로 가는 문, 원동역(驛)이란 글이 나와있어

일부러 그의 글을 다 읽어보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모르는 사람의 글보다 역시 아는 사람의 글은

뭔지 모르게 친근감이 가는 것도 어쩔수 없는 인지상정인가보다.

수더분한 그의 외모에 걸맞게 글도 맛깔스럽고

내용도 깊이도 이 넘의 느끼는 거나 거의 비슷했다.

 

원동역은 배내골이나 천태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강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경치가 일품이었다.

특히 산딸기가 나오는 봄철이면 이곳은 산딸기를 팔러 나오는 아짐씨와

산으로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때아닌 장터가 되었다.

간이역 주위로 수십년 이상된 벚나무들이 강을따라 거의 5리나 뻗어있어

한번쯤 그곳을 지난 사람은 그 풍광을 쉽게 잊질 못하였다.

어느날 이 넘도 그 풍광에 그만 넋을 잃고

머리속의 풍경을 6개월동안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서

겨우 유화 한점 원동역 벚나무 숲을 건졌다.

 

강영환시인은 경남 산청 출신이었다.

현직 교사이면서 민예총인가 어딘가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산을 좋아하는 몇몇 시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엔 산이 언제나 소롯이 들어와

사람을 반기곤했다.

 

 

 

때묻은 발자국으로 수없이 밟아가도 지워지지 않은 문이 있다

사람들이 그 문을 지나 산으로 간다

 

,,,,,,,,,,,,,,,,,,,,,,,,,,,,,,,,,,,,,,,중략

 

다시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었을까

서로의 산을 나누어 가지며 지나온 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때 원동은 속세로 통하는 산문이다

산으로 갔던 사람들이 돌아와 역사 (驛舍)밖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못 다한 아쉬움을 토해내는 노래

오손도손 멈춰서지않고 흘러갈 때

건너 강기슭이 저녁 운무에 쌓인다 (강영환 시 원동역 ,,,,,,,,,,,,,,,,,,,에서)

 

언젠가 이 넘도 이 곳을 지나가면서 시를 한편 남겼는데

날씨가 선선해서일까

아니면 입추가 지나서일까 오늘따라 원동역이 그리운것은

지나간 옛 여인이 그리운 것만은 아니겠지라,,,,,,,,,,,,,,,,,,,,,

역시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보다.

 

 

가을여행

by j.i.woo

 

 

길게 늘어선 장대기차가

가을을 실어나른다

창가에 얼굴을 묻고 간이역을 지나친다

발갛게 불타는 산허리

긴 강 저만치 피래미 새끼들을 보듬으며 저녁노을이

물살을 퍼뜨린다

어데인가

숨어버린 추억놀이처럼

가을여행은 소녀의 얼굴만큼이나

세월이되어

비로소 여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