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522 / 국수 한그릇

커피앤레인 2007. 9. 24. 09:55

 서 혜연 作

30259

 

국수 한 그릇 ...................

 

 

 

얼마쯤 걸었을까 .

산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니 우산도 갖고 오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산행을 멈출수도 없고 좌우지간 산골아짐씨한테 까지 가면

우산을 하나쯤 빌릴수 있겠지 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그리 센 비는 아니었던지

걷기엔 별 불편이 없었는데도

비가 오는데 옷이 다 젖었네 하면서 산골아짐씨는

뜨뜻한 국수를 한그릇 내어왔다.

-와 엊그저께는 안왔노?

-내가 말한건 물어봤나 ?

하면서 산골아짐씨는 한참동안 세설이 많았다.

-응

물어는 봤는데 쪼매만 기다리라 하던데 ..................하고

얼른 얼버무려 버렸지만

사실은 아무도 선뜻 인수하려고 나서질 않았다.

 

산골아짐씨는 언제부터인가 찻집을 당분간 쉬고 싶다고 하였다.

경치도 좋고 사람도 그만하면 단골이 많아서 수입도 어느정도는

되는가 보는데 남편이 시샘을 해서

요새는 그것도 그리 편한게 못되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뭇놈이 와서 집적거리니까 와 신경이 곤두 안서겠노마는 ,,,,,,,,,,,

그래도 그렇지 먹고 살려면 우야겠노 하고 달랬지만

(산골아짐씨는 지는 바람필 것 다 피우면서 나만 이런다고

오후 내내 욕을 해댔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암컷이라면

숫컷들은 그냥 지나치질 않으니..................

좌우지간 여자들은 이래서 탈 저래서 탈이었다.

 

오늘따라 왠비가 이리도 많이 오는지

아침부터 따르더니 이 시간까지도 무슨 시합이라도 하듯이

그냥 내려 붓기 시작하였다.

비가 오는 날은 늘 할머니 집 뒷마당에 세워둔  짚단 냄새가 생각이 났다.

비 오는 날은 흙담과 짚은 우예 그리도 궁합이 잘 맞는지

가만히 서 있어도 쇠죽 끓이는 냄새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 따라 비가 와서 그런지

누구는 연휴라서 좋아하고

누구는 추석이라고 좋아할텐데

누구는 갈길을 생각하니 앞이 까마득하고

누구는 비가와서 장사망쳤다고 또 저야단이니

사과를 사면서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세상 참 안 고르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