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524 / 달 밝은 날

커피앤레인 2007. 9. 26. 10:17

 김 충순 作

30305

 

달 밝은 밤 ,,,,,,,,,,,,,,,,,,,,,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리는 산사는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오후늦게 여행겸 잠시 머리도 식힐겸 양산통도사에 들렸더니

천년의 고찰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1km 남짓한 솔밭길은 언제나 가봐도 정겨웠다.

100년은 족히 넘은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기도 하고

사찰 경내로 흐르는 거랑을 향해 비스듬히 누워있기도 하였다.

신라 선덕여왕때 지은 고찰이라 그런지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다.

 

저녁 예불을 드리기전에 라면 한 그릇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경내를 내려오니

어느새 달이 저만치 떠 있었다.

 

달은 밝고 바람은 선선하고

솔잎냄새마저 향기로우니 괜히 도시에서

하는일없이 이집 저집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운치도 있고 사람사는 맛도 났다.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났고

갈 사람은 갔으니 오늘밤은 아무래도

이근처에 숙소를 잡고 산골냄새라도

듬뿍 맡아보고 싶어 아담한 모텔이 들었더니

컴퓨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운이 좋아 내일 새벽 일찍 일어나면

경내를 다시 한번 들어갈 참이었다.

고요한 경내에 흐르는 솔바람소리며 시냇물소리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실컷 담아

이 보름달의 정기를 나눠주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