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523/ 달이 뜨면 ..........

커피앤레인 2007. 9. 25. 11:22

 안 정란 作

30289

 

 

달이 뜨면 ,,,,,,,,,,,,,,,,,,,,

 

 

 

오늘밤은 아무래도 둥근 보름달을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하늘을 쳐다 보았더니

날이 너무 맑고 쾌청했다.

햇살도 그만했으면 다니기에 딱 좋았다.

저녁무렵에는 일찌감치 달맞이나 가야겠다.

둥근달을 쳐다보면서 누구처럼 소원을 아뢰지는 않겠지만

둥근달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넉넉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매년 오는 추석이 이젠 시큰둥하는 것 같았다.

잠시 얼굴을 대하는 것 외엔 산소 가는게 고작이니까

설서 그 고생하고 내려오는게 못내 못마땅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했다.

하긴 실용주의에 익숙한 아이들은

명분이나 관습은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도올이 왜 고무신을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해서

신어야 하는지 몰랐듯이

아이들도 왜 해마다 이맘때면 산소에 가서 절을하고

음식을 차려야 하는지 ..............

농경사회가 아니다보니

모르는것도 그리 이상한일도 아닌것 같았다.

특히 우리같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가정은

더더구나 그런게 싱거울 수 밖에 ....................................없을게다.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나 아는 놈은

그나마 덜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넘은

정도 안가고 그냥 넙죽넙죽 절만 하는 꼴이다보니 ..................

따라 오기는 따라 오는데 그게  좀 그런가보다.

하긴 우리세대가 다 죽고나면

신세대에서는 그런 풍습도 많이 변하겠지만

 

암튼 누군가 이제부터는 우리도 화장할 준비 해야한데이 .......................했는데

듣고보니 그게 옳은 것 같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두고두고 제사를 드려야하는 자식들은

이게 몬 생고생이고 하는 넘도 있을게고

그래도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다 안카나 ......하는 놈도 있을 것이지만

나이가 한살씩 더 늘어가니

지금은 고인이된 울 외삼촌이 한

항우장사 일화가  문득 생각이났다.

 

누군가 항우장사한테 와서

저거 집에  간밤에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안지낼까요하고

한 넘은 우리집에도 간밤에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드릴까요 하니까

항우장사가 

소가 새끼를 낳은 자에겐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하고

개가 새끼를 낳은 자에겐 제사를 드려라하니까

옆에 있던 자가 와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안드리라 하고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는 제사를 드려라 했습니까 하고 물으니

다 지하기 나름이라고 ...........................했더라나 우쨌다나

 

 

하기 싫은 넘은 말부터 안할까요 하고 물었고  

하고 싶은 넘은 제사를 드릴까요 하고 물었으니

지 맘대로 했다는데

아마도 세상은 지금이나 그때나 지하기 나름인것 같았다.

마음에 있는 놈은 단 맘으로 할꺼고

마음에 없는 놈은 추석내내 시큰둥해서

빨리 줄행랑이나 칠 궁리나 하고..........................

 

그러나 저러나 추석연휴가 닷새라 했는데

벌써 나흘 까먹고 내일 끝난다하니까

마치 세월을 도적맞은 것 같아 영 기분이 그렇네.

정작 추석은 오늘인데 뜸만 들이다가 세월 다 보냈나 ...............................원

 

그라고 보니

오늘따라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명답이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