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란 作
달이 뜨면 ,,,,,,,,,,,,,,,,,,,,
오늘밤은 아무래도 둥근 보름달을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을 뜨기가 무섭게 하늘을 쳐다 보았더니
날이 너무 맑고 쾌청했다.
햇살도 그만했으면 다니기에 딱 좋았다.
저녁무렵에는 일찌감치 달맞이나 가야겠다.
둥근달을 쳐다보면서 누구처럼 소원을 아뢰지는 않겠지만
둥근달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넉넉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매년 오는 추석이 이젠 시큰둥하는 것 같았다.
잠시 얼굴을 대하는 것 외엔 산소 가는게 고작이니까
설서 그 고생하고 내려오는게 못내 못마땅한지
안가면 안됩니까 했다.
하긴 실용주의에 익숙한 아이들은
명분이나 관습은 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도올이 왜 고무신을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해서
신어야 하는지 몰랐듯이
아이들도 왜 해마다 이맘때면 산소에 가서 절을하고
음식을 차려야 하는지 ..............
농경사회가 아니다보니
모르는것도 그리 이상한일도 아닌것 같았다.
특히 우리같이 제사를 지내지 않은 가정은
더더구나 그런게 싱거울 수 밖에 ....................................없을게다.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나 아는 놈은
그나마 덜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넘은
정도 안가고 그냥 넙죽넙죽 절만 하는 꼴이다보니 ..................
따라 오기는 따라 오는데 그게 좀 그런가보다.
하긴 우리세대가 다 죽고나면
신세대에서는 그런 풍습도 많이 변하겠지만
암튼 누군가 이제부터는 우리도 화장할 준비 해야한데이 .......................했는데
듣고보니 그게 옳은 것 같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두고두고 제사를 드려야하는 자식들은
이게 몬 생고생이고 하는 넘도 있을게고
그래도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다 안카나 ......하는 놈도 있을 것이지만
나이가 한살씩 더 늘어가니
지금은 고인이된 울 외삼촌이 한
항우장사 일화가 문득 생각이났다.
누군가 항우장사한테 와서
저거 집에 간밤에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안지낼까요하고
한 넘은 우리집에도 간밤에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드릴까요 하니까
항우장사가
소가 새끼를 낳은 자에겐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하고
개가 새끼를 낳은 자에겐 제사를 드려라하니까
옆에 있던 자가 와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제사를 안드리라 하고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는 제사를 드려라 했습니까 하고 물으니
다 지하기 나름이라고 ...........................했더라나 우쨌다나
하기 싫은 넘은 말부터 안할까요 하고 물었고
하고 싶은 넘은 제사를 드릴까요 하고 물었으니
지 맘대로 했다는데
아마도 세상은 지금이나 그때나 지하기 나름인것 같았다.
마음에 있는 놈은 단 맘으로 할꺼고
마음에 없는 놈은 추석내내 시큰둥해서
빨리 줄행랑이나 칠 궁리나 하고..........................
그러나 저러나 추석연휴가 닷새라 했는데
벌써 나흘 까먹고 내일 끝난다하니까
마치 세월을 도적맞은 것 같아 영 기분이 그렇네.
정작 추석은 오늘인데 뜸만 들이다가 세월 다 보냈나 ...............................원
그라고 보니
오늘따라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명답이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어,,,,,,,,,,,,,,,,,,,,,,,,,,,"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525 / 누군가................. (0) | 2007.09.27 |
---|---|
아침에 쓰는 일기 524 / 달 밝은 날 (0) | 2007.09.26 |
아침에 쓰는 일기 522 / 국수 한그릇 (0) | 2007.09.24 |
아침에 쓰는 일기 521/ 시지프스 신화처럼 (0) | 2007.09.23 |
아침에 쓰는 일기 520 / 고향을 가진 자는 그래도 다행하다 (0) | 2007.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