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586/ 묘한 인연들

커피앤레인 2007. 11. 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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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인연들 ,,,,,,,,,,,,,

 

 

 

방금 누리에에서 나온 일행들은 한참동안

바깥에서 거리를 서성거려야했다.

이미 길거리는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했다.

11월의 마지막밤은 언제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낙엽은 저홀로 그렇게 뒹굴며 겨울채비를 하고 있었다.

 

원무현 시인은 요즘 형편이 조금 나아진 모양인지

얼굴이 점점 더 젊어보였다.

종호 말로는 사랑도 하고 직장도 새로 생겨서 그렇다고 하였다.

지난 봄에 만들어준 무료급식소는 날씨가 추워지니

그제서야 제 진가를 드러나는 모양인지

원시인이 너무 좋다며 다시한번 감사를 했다.

 

 

누리에는 오늘따라 초저녁부터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

잠시 커피에 위스키를 한잔 타 마시는데 아는 일행들이 들어왔다.

범일/감남/인성/ 그리고 낯선 여인이 함께 옆자리를 꿰 차고

동석을 하자며 기어이 팔을 끌었다. 

낯선 여인은 얼굴이 퍽 맑아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함양 상백에 이넘이 청소년 수련원을

지었다고 하니까 거길 우예아느냐고 깜작 놀라는 눈치였다.

여자의 이름은 상희라고 하였다.

그 건너편 동네가 자기 고향이라며 은근히 자랑을 하였다.

참 묘한 인연이었다.

 

 

감남이는 사진작가인 최민식씨의 표지인물로 등장하였다고 하여

또 한번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그제서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었다.

최민식씨는 나도 잘 아는 분인데 세상은 보기보다 무척 좁은 것 같았다.

암튼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바깥으로 나왔더니

디기디기는 오늘따라 손님이 없는지 텅 비어있었다.

잔이 몇번 돌아가자 우리는 각자의 18번을 몇곡 부르기로 하였다.

이 넘은 예의 긴머리소녀/ 그네 / 이별 / 영영/ 낙엽은 지는데를 불렀다.

그네와 이별은 아예 마이크를 끄고 라이브로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틈틈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필이 통했는지 우린 언젠가 함께 함양을 가기로 했다.

함양엔 무진선생도 권사장도 현자도 수영이도 살았다.

물론 수동엔 정옥씨도 살았는데 정옥이 집은 매기매운탕과 매기 찜이 일품이었다.

너무 오래동안 안봐서 그런지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이 제법 보고싶었다.

 

 

 

다시 바깥을 나오니 그새 바람이 꽤나 불었나보다.

은행잎이 밤거리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