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587 / 조경이 얼굴인데

커피앤레인 2007. 12. 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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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이 얼굴인데 .................

 

 

 

도시의 품격을 알려면 가로수나 조경을 보면

대충 그 도시의 됨됨이를 알수 있었다.

조경은 흔히 빈터에 그냥 나무나 잔디를 심어서

도시민의 악세사리 역활을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조경만큼 인간의 심리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례로 청주하면 직지사나 금속활자보다

조치원에서 청주로 들어가는 나들목 양켠에 늘어선 아름다리 나무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나무들은 어느 독지가가 일평생을 들여 가꾼 땀의 결정판이었다.

그건 청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학사루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상림이고 직진하면 흥부마을이 나오는 함양도 그랬다.

함양하면 사람들은 맨 먼저 상림을 아느냐 하고 물었다.

그만큼 숲이 아름다웠다.

상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인데

오래전 고원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대비하여 심었다는 나무들이

이제는 훌륭한 숲을 이루어 한번쯤은 연인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거닐고 싶은 곳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었다.

 

 

엊그저께 광복로에 나갔더니 광복동도 이젠 서서히 겨울채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얼마전까지 심어놓았던 꽃들이 뽑혀나가고 그자리에

수종을 알수 없는 낙엽송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좀 그랬다.

그렇찮아도 자갈치에 새로 심어놓은 가로수들도 왜소해 보여

저거 언 넘이 심어놓았노하고 배알이 꼴리던 참이었는데

광복로마저 그러고 보니 중구에서 관리하는지 부산시에서 관리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진짜 일마들 사람 디게 돌게하네하고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여자가 아무리 예뻐도 옷이 안이뿌면 좀 그렇듯이

옷도 옷 나름이고 나무도 나무 나름이듯이

무슨 옷이던지 다 입는다고 폼이 나는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나무도  봄/여름/가을/겨울에 걸맞게

어느때 봐도 그 멋이 느껴져야 제맛인데도

계획은 잡혀있고

예산은 써야하고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종도 그렇고 굵기도 그렇고 생긴꼬라지도 너무 아니었다.

 

 

나무를 고를땐 적어도 그 도시의 품격과 어울리나 하고

한번쯤 고민도 하고 공부도하고 발품도 팔아야하는데

안이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업자들 감언이설에만 놀아나지는 않았겠지만

도시의 품격이나 덩치에 비해 광복로와 자갈치에 심어놓은 가로수는

진짜 촌놈 장에 가는 폼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제대로된 심미안을 가졌다면 틀림없이

와 이래놓았노 이게 가로수가 하던지 아니면

에라이 촌넘들아.............................공부 좀 해라 공부하고

욕을 퍼부었을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또 40계단 앞에 심어놓은 것처럼 어설픈 서울 흉내낸다고

마로니에를 심지는 않겠제.

은행나무는 도시 전체에 너무많고

벚나무는 꽃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지만 우리 정서상 왜색풍이 난다할꺼고

그럴바에야 차라리 잎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다우며 생김새도 아름다운 느티나무나 오리나무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라믄 언넘이 나보고 니가 더 촌놈이다 할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