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3/ 연애 하는 기분이 이런걸까

커피앤레인 2007. 12. 5. 09:19

 

집 짓는 이야기 /3

연애 하는 기분이 이런걸까 ,,,,,,,,,,

 

 

 

토마스 하디가 그랬던가. 테쓰에서...............

감정은 때때로 이성을 앞지른다고.

하지만 이성 역시 때로는 얄미울만큼 감정을 잘 제어했다.

 

 

경포대 앞바다는 오늘따라 파도가 더 거세었다.

누군가 호텔에서 나오더니 주차장 안으로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급한 볼일이 있는모양이었다.

남자는 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늦가을 경포대는 의외로 한가했다.

그러고보니 한달여 동안 인천 만수동에서 작업을 한게 꿈만 같았다. 

특히 혼자 사는 여자의 집을 꾸민다는 것은 여러모로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원경이네는 만수동 주공아파트  4단지에 살았다.

딸아이는 필리핀에서 어학 연수중이었다.

 

 

첫날밤 우린 오랜 친구처럼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원경이는 30대 후반의 여인으로 캐리어 우먼이었다.

그녀는 혼자 산지 꽤 오랜된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밤만은 그녀는 내게 있어서 크라이언트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거의 날밤을 지새웠지만 우린 아파트를 어떻게 리모델링 할 것인지 그 한가지 주제만 가지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략 개략적인 것이  끝나자 원경이는 잠이 온다며 안방으로 건너갔고 나는 그 새벽에 다시 모텔로 돌아가기도 뭣해 혼자 소파에 앉아 잠시 눈만 부치기로 했다.

하나, 바로 옆에서 여자가 혼자서 잠을 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다.

해서 이리 저리 뒤척이다 결국은 일어나 바깥 풍경을 내려보았더니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건너편 산은 아직도 어둠에 쌓여 있었으나 저 아래 홀로 우뚝 솟은 교회종탑은 벌써부터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아마도 새벽기도회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아무튼 한동안 이곳에서 생소한 노가다와 부대낄 걸 생각하니 여러가지로 머리속이 꽤 복잡했다.

하지만 개조된 후의 아파트 모습을 상상하니 괜스리 기분이 좋았다.

기본 컨샙은 대체로 아파트 냄새가 나지않는 작은 고급 별장 쪽으로 가닥을 잡고 스케취 한 것을 보여주었더니 원경이는 상상이 간다며 자기가 원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인테리어공사는 대체로 기본컨샙도 디자인도 모두 중요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깔끔하게 만들어 낼 수있는 기술자나 기능공을 찾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였다.

때문에 지방에서 양질의 기술자를 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전에 데리고 쓰던 일꾼들을 데리고 오려면 경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잘하나 못하나 그 지방 기술자를 쓰기 마련인데 답답한 것은 그들의 성격이나 일 매무새나 실력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더우기 서울이나 수도권은 부산에 비해 인건비가 엄청 비샀다.

적어도 3분의 1은 더 들어갔다,

 

 

만수동 주공아파트는 지은지가 거의 18년이나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철거를 하니 내부가 생각보다 더 부실했다.

입지적인 조건만 아니라면  이것이 주택공사에서 시공한 아파트가 맞나 할 정도로 모든게 너무엉성했다.

특히 벽체는 5cm이상 구부르져 있었고 천정은  달대도 천정용 석고보드도 없었다. 민 콘크리트에 벽지를 바로 발랐기 때문에 보조 전기선 하나 감출 방법조차 없었다.

아무튼 일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더 늘어났고 물론 경비도 더 많이 깨어질게 뻔했다.

거기다가 작지만 아름답고 독특한 원경이네만의 집을 꾸며주려니 신경도 무지 많이 쓰였다.

특히 혼자 사는 여자를 위해 화장실만큼은 언제나 들어와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그렇게 그림같이 꾸며주고 싶었다.

해서 거실 일부는 파벽돌로 치장을 해 지중해의 어느 별장처럼 처리 했고 화장실은 특별히 주문한  히노끼라는 특수목으로 샤워장을 별도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히노끼라는 목재는 물이 튀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독특한 향기를 뿜어냈다.

나머지 벽 한면은 은은한 꽃잎 무늬가든 넓은 타일로 공간감을 극대화하였고  다른 두 면은 같은 톤으로 무늬가 없는 타일로 세련미를 더 했더니 .......................아무래도 화장실이 생각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였던지  원경인 화장실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엄청 좋아라했다.

 

 

작은 방은 별로 쓰지 않기 때문에 여백을 살려 마치 유명갤러리에 들어온 것처럼 하얀 백색톤에 실버와이어 3등을 달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식탁은 대리석으로 상판을  깔아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와인을 마시며 풍광을 즐기도록 간접조명을 보조로 사용하였다.

원경이는 어느 정도 집이 완성되자 집 꾸미는게 점 점 더 재미가 있는지 퇴근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왔다 가곤했는데

달여라는 작업기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 가버렸는지 눈깜작 할 사이 다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

물론 우린 틈틈이 마치 연애하는 사람들 처럼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우동도 먹고 얘기도 하고  때론 서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때론 고민도 나누고 때론 휴식을 위하여 일부러 계산동까지 넘어가 이종환의 셀부르에서 라이브를 즐기기도 하였다.

잊혀진 계절을 부른 이용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이용은 그녀를 위하여 특별히 우리 자리까지 와서 싸인을 해주고 갔는데 역시 멋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