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이야기 4
사과 한 상자 줄게요,,,,,,,,,
토요일 오후 아내는 마트에 가자고 보채었다.
하긴 오늘은 한주간 먹거리를 위해서도 마트에 갈 날이었지만 아내가 보채는데는 딴 이유가 있었다.
대개의 경우 장은 아내가 혼자 봤다.
하지만 별일이 없는한 토욜만은 아내를 위하여 일찍들어와 같이 마트엘 갔는데 마트에 가면 아내는 그동안 눈여겨 봐 두었던 것을 양껏 캐리어에 옮겨실었다.
그날만은 아내는 전혀 꺼리낌이 자기가 사고 싶었던 것들을 모조리 다 샀다.
아내는 물건을 하나하나 살때마다 신바람이 나는지 무척 행복해보였다.
그러다가 계산대 앞에만 서면 아내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이 물건들을 언제 다 샀느냐는 듯이 짐짓 모른체 하고 먼저 나가버렸다.
그러면 계산대 앞에서 카운터하는 아짐씨는 알뜻모를뜻한 웃음으로 당신이 덮어썼네요하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마지못해 카드를 꺼내 주었지만 사실은 그러한 아내가 전혀 밉지않았다.
한 몇년동안 아이들이 대학을 간답시고 서울로 다 떠난 뒤로는 집은 마치 절간처럼 조용했다.
이따금 외국손님도 오고 친구들도 왔지만 그건 그때 뿐이었다.
해서 토욜만은 둘이서 마트에 가거나 아니면 차를 몰고 근교로 주말여행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보수동 청과시장에서 도매상을 하는 김씨 부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밤 10시가 조금 지나서 였다.
-아니 왠일로 전화를 다 하셨어요 ? 이 야밤에 ?
-그렇지예 .미안해서 전화했심니더.
-모가 미안한데요?
-우리가 집을 처음 짓다 보니까 귀가 여러서 너무 몰랐던 것 같습니더
살아보니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나서 전화했심더 ,,,,,,,,,,,,,,,,,
-고마운 것 이제 알았능교. 집을 지어준게 언제인데 .
-그러게 말입니더. 암튼 고맙습니다. 언제 시간나는대로 함 들리이소
내 사과 젤 좋은 것 한 상자 드릴게요. 너무 미안해서 ..................말도 못하겠다
-알았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아내가 걱정스런 눈으로
-와예 모가 문제가 있다합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 고맙다고 전화했단다. 참 싱거운 사람들이제
일을 하다보면 노가다는 밤에 걸려오는 전화가 젤 두려웠다.
그것도 한 밤중에 오는 전화는 사람을 바짝 쪼리게 했다.
대개의 경우 밤 늦게 오는 전화는 무슨 하자가 있다던지 보일러가 작동을 잘 안한다던지 아니면 전기에 이상이 있다던지 뭐 그런 전화였다.
때문에 공사가 끝나고 난뒤에 밤늦게 걸려오는 전화는 별로 반가울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주 특이했다.
20여년동안 한번도 밤늦게 이런 전화를 받아 본적이 없었는데다가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1여년만에 전화를 했으니 쪼릴수 밖에...............없었다.
원래 이 집은 보수동 복개천 근처 일본식 단층 나가야 집이었다.
그걸 헐고 5층짜리 집을 짓고 싶다하여 내손으로 직접 디자인을 해서 허가를 받아 시공에서 준공까지 도맡아 해주었는데 중간에 몬 바람이 불었는지 집장사의 말을 듣고는 하루가 다르게 변덕을 부렸다.
원래 이바닥엔 조디(입)로만 먹고 사는 넘들이 하도 많아 그걸 일일이 대꾸하려면 입이 아플 지경인데
공교롭게도 그 집을 지을 즈음에 그 집을 중심으로 좌우로 네집이 동시에 집을 지었다.
그러다보니 그 중에 한놈이 집 장사 출신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놈이 집 주인의 똥구멍을 살살 간지런 모양이었다.
원래 디자인상 바깥 치장을 화강석과 전돌을 섞어 고풍스러운 멋이 나도록 했는데 그걸 화강석으로 전부 바꾸자고 하였다. 물론 추가로 드는 비용은 더 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옆집은 처음부터 구조도 그렇고 성냥갑처럼 설계를 했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화강석이 가능하지만 이 집은 건평이 얼마 안되기 때문에 네 집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려면 디자인이 우선 특이해야 하기때문에 다른 집에 없는 지붕도 만들고 처마선도 나와 있는데다가 구조도 안맞기 때문에 이 시점에선 바꿀수 없으니 다 지어놓고 나면 그때 비교 해보라 했더니 그날로 부터 남자가 새초롬 해지더니 나중엔 진짜 벙어리처럼 말도 잘 안했다.
(몬 변덕도 ,,,,,,,,,,,,,,,,,남자가 뭐 요렇노 )
그렇던지 말던지 나중에 다 지어 놓고 나면 언젠가는 니가 내맘 알끼다하고
공사를 무사히 마치고 준공까지 내어 주었더니 무슨 감언이설에 흠뻑 속았는지 잔금을 지불하면서도 고맙다는 말 조차 건네지않았다.
한평생 노가다와 어울려 살았지만
집 주인으로부터 우리집을 이렇게 지어줄줄 정말 몰랐습니다 하고 고맙다는 소리를 듣던가 아니면 보너스라도 듬뿍 받았는데 이 집 만은 진짜 좀 특이했다.
해서 언젠가는 니가 내 고마워할끼다하고 공사잔금도 울 삼실 경리아가씨한테 보내달라하고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는데 일년이 지나자 이제사 비교가 되었는지 비로소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내원 참,,,,,,,,,,,,,,,,,,,,,,,,,,,,,,,,,,,,,,,,)
내 딴엔 그래도 작품 한개 남긴답시고 나름대로 혼신의 정열을 다 기우렸는데 ..................뒤끝이 그렇게 씁스레하다보니 마치 가슴에 응어리 같은게 늘 남아 있었는데 그나마 고맙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나니 그새 그마음이 어디론지 훌훌 다 사라지고 없었다.
어쩌면 여자의 마음도 이런걸까.....................
암튼 사과 한상자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작은게 지 혼자 오롯이 서있는걸 보면 넘 기특해서 틈틈이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한참동안 쳐다보곤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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