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00 / 천상병과 강물

커피앤레인 2007. 12. 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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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 祥炳과 강물

 

 

 

천 상병의 귀천(歸天)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강물은 낯이 좀 선듯했다.

그의 시집을 읽지 않은건 아닌데

아무래도 기억이 아물아물했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강물 전문)

 

 

오아제 컨벤션센타 6층엔 오늘따라 사람들이 없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쪽엔 유난히도 햇살이 눈부셨다.

바다 저 멀리 새로생긴 다리가 보였고

벽엔 소풍을 끝내고 천 상병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소장전이 열리고 있었다.

 

소장전엔 천 상병의 육필도 있었고

이외수의 그림도 있었고 중광스님의 그림도 보였다.

찬찬히 두어바퀴를 돌고난 다음 방명란에 歸天展이라는

글귀를 남기고 돌아서는데 그의 시가 한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그가 캐톨릭에 귀의한줄 알았는데

목사님 얘기를 하는걸 보니 교회에 나간 모양이었다.

암튼 그는 한때나마 우리시대의 암울한 자화상같은 그런 존재였다.

 

 

저녁무렵엔 이상하리만치 소주가 댕겼다.

박사장은 이미 취한게 역력했다.그는 예의 너털웃음을 웃었다.

토담엔 대투의 김소장도 함께 했는데

후래자 (後來者) 3배라고 연거푸 소주 3잔을 받아 마셨더니 그제서야 갈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이런날은 맥주가 참 싱거웠다.

김소장도 어느정도 취했는지 박사장을 향하여 쓴소릴 했다.

박사장은 꽤나 아니꼬운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둘도없는 훌라멤버였다.

하지만 나는 잡기엔 별 취미가없었다.

어제도 누군가 뭘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 ...........................

잡기는 마땅히 좋아하는게 없어 대충 여행 /독서/ 음악듣는것 등 이라며 주워 삼켰더니

뭐 중고등학교시절 취미란 쓸일이 있느냐며 사람을 놀렸다.

 

 

목여사는 아무래도 맘에 걸렸는지 자기집 근처로 이사를 오라고 하였다.

그렇잖아도 요새 삼실과 집 때문에 갈등이 많은데 좋은 곳이 있으면 한번 알아봐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어데가고 없다고 하였다.

그럼 낼 전화할게요 하고 돌아섰는데 어젠 아무래도 너무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자고나니 냄비가 홀라당 다 타버렸다.

(큰일 날뻔했네,,,,,,,,,,,,,,,,,,,,,그 정신에 뭘 먹을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