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효作/ 을숙도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나만의 데이트 코스
13/새가 잠을 잔다는 乙淑島
새가 잠을 잔다는 을숙도를 가려면 예전엔 하단뱃머리에서
통통배를 타고 건너가야했다.
하지만 하구언이 생기고부터 을숙도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하나의 육지가 되어 예전의 낭만을 많이 상실했다.
하나 아직도 을숙도 갈대밭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겐 늘 신비로 다가왔다.
특히 사시사철 날아온 수십종류의 철새들은 눈요기감으로는 그저그만이었다.
석양이 질 무렵 한무리의 새가 한가히 바다를 노니는 것을 보면
부산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나 할 정도로 그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해서 어느날 우연찮게 시인 동길산 내외와 송제선생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을숙도가 너무 아름답다고 소개를 하였더니
다들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을숙도에 있느냐며 깜작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들은 부산에 살면서도 을숙도의 숨겨진 비경은 보지 못하고
문화센터있는 쪽만 부지런히 가본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전에 사하구청에다 신고를 하고 철새들이 있는 쪽으로
취재를 나가겠다고 하였더니 담당자가 몇가지 문제를 꼬치꼬치 묻더니 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을숙도는 김해공항에서 하단쪽으로 차를 몰면 하구언을 중심으로
불행히도 좌우로 나뉘었는데 우측이 바다와 강이 마주치는 낙동강 끝머리였다.
그 끝머리를 따라 한참을 걸으면 갈대밭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갈대밭 사이 사이 바다길이 나있고 그 사이로 수많은 철새들이
저마다 짝을 지어 물놀이를 하고 있는게 보였는데 데이트 코스로는 그저그만이었다.
동길산 시인의 부인인 정아는 아까부터 카메라를 연신 누르며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도 다 있었냐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서 우린 한참동안 서로의 카메라를 뽑내며 사진을 찍은 다음
준비해간 횟거리에 소주를 마시며 또다시 샷타를 눌렀다.
시간이 지나 해가 어느정도 기울기 시작하자
을숙도는 그야말로 비경중의 비경으로 바뀌었다.
저멀리 낙조가 저녁노을을 만들자
철새들 조차 마지막 낙조의 아름다움에 취했는지 처음보다는 훨씬 더 여유로와보였다.
한데 자세히 보니 데이트는 인간만 하는게 아닌것 같았다.
그들도 둘이서 때로는 무리지어 뭔가 속삭이듯이 유유히 물위를 돌아다니며
자맥질도 하고 입 맞춤도 하다 그것도 재미가 없으면
한놈이 날개를 툭툭치고 하늘을 나르자
다른놈들도 뒤질새라 이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을 하였다.
그새 바다는 점점 석양으로 물들었지만 바다는 전혀 요동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자연은 인간보다 더 의젓한 것 같았다.
인간들이야 조금만 좋으면 아 ........하고 감탄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아쉬워하다가도
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덕을 부렸지만
정작 갈대나 바다나 철새는 인간들이야 어떻던지 말던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그렇게 유유히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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