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볼만한 곳들

바다가 그리울때

커피앤레인 2008. 1. 7. 18:51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나만의 데이트 코스

바다가 그리울 때 /14

 

 

 

미역냄새가 그리운 새벽녘

바다는 여전히 저혼자 여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해가 뜰려면 아직은 조금은 더 있어야 했다.

갑자기 죤 스타인벡의 진주라는 소설 첫 장면이 떠올랐다.

하긴 바다를 소재로 쓴 소설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쟝 뽀올 싸르트르가 쓴 구토 역시 안개가 자욱한 부두풍경이 나왔다.

때때로 바다는 우리에게 고향같은 포근함을 주었다.

하지만 때론 성난 이리처럼 밤새 해안을 핥아갔다.

그래도 바다가 주위에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유난히 길게 뻗은 절영로 산책길은 두 사람이 걷기엔 너무 안성마춤이었다.

 

 

발아래 까지 와 닿는 파도도 그렇지만

가공하지 않은 작은 돌들을 밟으며 해안을 따라 걷는 기분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낭만 그자체였다.

길은 거의 10리 가까이 뻗어 있었다.

태종대만 아는 사람들은 불행히도 이 아름다운 산책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절영로 산책길은 아쉽게도 동삼중리에서 끝이났다.

그러나 길은 거기에서 멈추지만은 않았다.

잠시 산책길이 끊기면서 요기를 하는게 아무래도 휴식도 취할겸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요기는 각자 취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그곳에선 아무래도 진주 복국집이나 포항물회집이  제일 나은 것 같았다.

포항 물회 집은 정옥이가 언니와 함께 운영을 했는데

물회는 일반회와 달리 고추장과 식초와 설탕을 넣어 버무려먹었다.

이곳에서 어느정도 요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길을 떠났는데 길은 근처 승마장쪽으로 뻗어있었다.

승마장에서 바로 직진을 하면 임마누엘 교회가 나왔고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면

그 유명한 삼지 산책길이 나왔다.

삼지 산책길은 방금 지나온 절영로 산책길하고는 그 맛이 전혀 달랐다.

멀리 외항선박들이 정박한 바다는 숲으로 뒤덮힌 절벽과 함께

그야말로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했는데

두 길은 차로는 다닐 수 없는 절경중의 절경이었다.

특히 삼지 산책길은

태종대 자갈마당까지  뻗어있어서 그런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자갈마당엔 쇠주에 성게나 멍기를 한 접시 하고 가라고 아짐씨들이

끊임없이 유혹 하였지만 이미 포만감에 사로잡혀서 그런지

아짐씨의 유혹은 오늘따라 힘이 없어보였다.

암튼 여행은 차로 다니는것 보다 걷는게 더 아름다운 곳을

많이 볼수 있었는데

 불행히도 현대인들은 그 맛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산에 오면 이 길은 필히 걸어봐야 할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