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활래정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나만의 데이트코스
11. 어딘가 머무르고 싶은 그 곳 강릉
물안개를 따라 호숫가를 한바퀴 돌아오면
새벽은 어느새 밝은 태양으로 가득했다.
간간히 물새들이 자막질을 하다가 바위틈에 몸을 말리는 사이
멀리 경포대에서 풍악에 맞춰
여인네들이 춤을 덩실덩실 추는 착각에 빠졌는지
한동안 누마루 위에 곱게 뻗은 처마마저 버선코같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
해서 솔향기가 유난히도 진하게 묻어나는 초희 생가를 돌아보면서
생전에 그녀가 썼다는 시한수를 읊어보았다.
감우/感遇
창가에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난 잎과 줄기 어찌 그리 향기로울까
가을 서풍 한바탕 스치고 나서 찬서리에 그만 시들어버렸네
빼어난 그 모습 이울어져도 맑은 향기 끝내 그치질 않기에
이것이 내 맘 아프게 하여 자꾸만 옷깃에 눈물적시네
난설헌(蘭雪軒) 허 초희는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누이였다.
초희는 18세쯤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을 갔는데
고부간의 사이가 안좋았던지 꽤나 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특히 아녀자가 시문을 익혔다하여 남편하고도 사이가 별로 안좋았는데
비록 짧은 나이에 두아이 마저 잃고 그녀마저 일찍 세상을 버려서그런지
그녀의 싯귀 구석구석엔 남편에 대한 야속함과
형제에 대한 애절함이 절절이 녹아있었다.
난설헌 허 초희의 생가
이미 해가 저만치 솟아올라서 그런지 어느새 파랗게 피어오르는 볏잎은
오늘따라 호수와 짝을이루며 사람의 눈을 홀렸다.
때때로 부는 바람도 소용이 없었던지 빈배 한 척이 외롭게 계류장에 묶여 있었는데
아마도 강릉으로 가는 손님을 태우려고 그렇게 무작정 기다리는가보다 마는
해서 동전을 한잎 넣었더니 사공의 뱃노래만 구슬프게 흘러나왔다.
잠시 빈배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길을 나서
태종의 둘째아들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 11대손인 가선대부, 무경 이 내번(1703-1781)이 지은
선교장(船僑莊)이 이르니 활래정 연꽃잎들이 오늘따라 더 파릇파릇한체 사람을 반겼다.
선교장은 늘 말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99칸 양반댁을 한바퀴 휘돌아보니
그렇게 넓다랗게 생긴 부엌에서 아낙네들이 아침/점심/저녁 삼시세끼
끼니때마다 손님 밥상을 차리느라 정신이 없었을 같건만
염치 없는게 인간이라고 옛추억에 젖어
행여 구수한 된장찌게 냄새라도 맡을수 있을까싶어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교장 전경
해서 어차피 이 먼곳까지 온것 선교장에서 대접은 못받드라도
초당두부 맛이라고도 함 봐야겠다고 길을 나섰더니
왠넘의 원조 초당두부집이 그리도 많은지 도무지 헷갈려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아침은 먹어야 할거고 커피는
숲속에 둘러쌓인 현대호텔에 가서 마시는게 제격인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했는데
워낙 역사적인곳이 너무 많아서그런지
아무래도 하루는 더 머물렀다 가야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스케쥴을 짜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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