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 볼만한 곳들

동호리로 가는 길 15

커피앤레인 2008. 1. 9. 15:43

 

아름다운 추억을 위한 나만의 데이트 코스

14. 동호리로 가는 길

 

 

 

동해안을 따라 강릉에 이르면

길은 끊임없이 해안을 따라 곧고 길게 북쪽으로 그렇게 쭉 뻗어있었다.

동해안의 주거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바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었다.

백사장도 그랬고 해당화도 그랬다.

간간히 하얀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틈새로

조그마한 포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것 외엔 길은 여전히 호젓했다.

주문진을 거쳐 속초까지는 워낙 빼어난 절경들이  많기 때문에

선뜻 어디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았지만

연곡에 이르자 옛생각도 나고해서 소금강에 잠시 들렸다가 나오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해서 계속하여 차를 몰았지만 하조대만은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차를 잠시 멈추고 백사장으로 내려갔더니  

백사장은 여전히 옛 사장이었는데 느낌은 전혀 달랐다.

젊은날 한때나마 이곳에서 짠밥을 먹으면서 병영생활을 했던 곳이라 그런지

감회가 더욱 남달랐지만 이미 십수년이 지난 탓도 있지만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하조대 역시 지금은 옛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겨우 몇몇 집들은 예전 그대로 담장이라도 남아 있어

그나마 마치 옛 여인을 우연히 길에서 만난 것 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얼마간 하조대를 둘러본다음 동호리로 찾았더니

그새 도로가 너무 많이 변한 모양이었다.

모든게 너무 낯설어 보였다.

하지만 큰 도로에서 겨우 소롯길을 찾아 바닷쪽으로 한참을 달렸더니

예전의 그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바다는 송림을 지나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당시 이 마을은 거의가 교인이라할 정도로

작은 교회당을 중심으로 오손도손 모여 사는 정겨운 동네였지만

지금은 그곳도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암튼 한여름내내 백사장에 쭈그리고 앉아

제대날짜만 생각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던때가 엊그저께 같았는데  

수십년만에 다시 찾아온 동호리는

한때나마 사랑에 빠져 긴긴겨울밤도 모르고 날밤을 새웠던 

그여인의 자취는 흔적도 없고

옛집만 덩그렇게  홀로 남겨져 있었다.

하긴 무심도하지 ,,,,,,그때가 언제인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만큼 순수했던 때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원래 동호리 백사장은 명사십리에 견줄만큼 넓어서 그런지 

 한 여름을 보내기엔 너무 안성마춤이었는데

특히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월출은 하조대에서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해서 매년 여름이면 다른곳은 몰라도

이곳만은 꼭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옛님이 없으니 그것도 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