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59 / 그나마 다행이네

커피앤레인 2008. 2. 14. 10:40

 추 지영作

34992

 

2008/2/14

그나마 다행이네

 

 

 

휑하게 뚫린 저 들판을 가로질러 애비는

저녁무렵 술이 한잔 거나하게 되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간고등어가 몇마리 들려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애비가 고마웠다.

그나마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

지지리도 못 살던 그 옛날 이야기이지만

가족의 정이 그리운 오늘에사 우리의 옛모습이

더 그리운건 왠일일까.

 

 

며칠전 청년회 동계수련회에 강의를 한시간 해달라해서

나갔더니 아이들이 고맙다고 선물을 보내왔다.

쇼핑백을 열어보니 속옷 한 벌과 책이 들어있었다.

일본인 후쿠시게 다카시씨의 체험을 쓴

육이 죽어 영이 된 사람이라는 책이었다.

 

 

간증이란게 원래 그렇고 그런거여서 별로 보고싶지않았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의외로 공감하는 부분들이 참 많았다.

일본의 내노라하는 공학자가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되어

어떻게 나사렛 예수를 만났느냐 하는 이야기인데

한국교회에 대하여도 따금하게 한마디해 놓은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숭례문은 불행중 다행이라고 그나마 1층은 건재하다고 하였다.

해서 재건축보다는 복원을 하기로 했다니 그나마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마음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았다.

암튼 고증에 따라 천천히 서두르지않고 복원을 하리라 믿지만

그래도 이 넘의 나라는 워낙 성질이 급해서 그새를 못참아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겠지만 그래도 일을 맡은 사람들이

전문가답게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우리 조상의 얼을 더 빛냈으면 좋겠다.

 

 

어젠 날씨가 워낙 매섭더니만

오늘은 그나마 조금 풀린건지 바깥을 한바퀴 돌아도

그다지 춥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하기사 군자란의 꽃대가 올라온 걸 보니

봄이 저만치 혼자 쪼그리고 앉아 방문을 열어줄 때 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