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63 /이게 얼마만인가

커피앤레인 2008. 2. 18. 13:34

 

추 지영作

 

35088

 

2008/2/18

이게 얼마만인가...............

 

 

 

한 겨울이 조금씩 물러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날씨는 어제와 사뭇 다르게 맑고 따뜻하며 화창했다.

아마도 머잖아 산수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다.

 

 

새벽 5시

오늘부터 일어나는 시간을 이 시간으로 못을 박았다.

근래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침대가 너무 편해서 그런지

좀처럼 예전처럼 일찍 일어나지 못해 일부러라도 이 시간대로 나를 조우기로 했다.

그나마 해가 뜨려면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바깥은 여전히 어둠으로 가득했다.

약간 방안 공기가 쌀쌀했지만 난로를 피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침대에서 떨어지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게으름은 한평생 이 넘을 그렇게 따라 다녔지만 

지도 이젠 지겨울 때도 됐을텐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으니 ....

해서 그 자리에 앉아 한참동안 기도도 하고 묵상도 하였다.

하지만 원시인하고  만나기로 한 시간이 자꾸만 맘에 걸렸다.

 

 

적어도 약속한 시간에 거기까지 가려면 한시간은 족히 걸릴게 분명했다.

해서  8시30분경에는 집을 나서야했다.

잠이 어느정도 깨자 간단히 세수만 하고 컴퓨터를 연 다음

얼른 중요한 것 몇가지만 챙기고는

급히 옷을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전철안은 월요일이라 그런지 출근하는 사람들로 제법 가득했다.

한평생 월급쟁이를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이런 풍경이 무척 신기했다.

전철안엔 젊은 중년도 있었고 새파란 아가씨도 있었다.

개중에는 식당에 나가는지 아짐씨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니 이런게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역시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

아직 60대도 채 안된 사람들이 마누라눈치를 보며 빈둥빈둥 노는게

얼마나 지겨울까 하고 생각하니

새삼 일하는 것 만큼 즐거운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원詩人이 있는 곳은 생각보다 더 깔끔하고 아담했다.

설에서 설계를 해서 지은건지 그 나름대로 건축이 단정했다.

1층 캐노피가 상당히 여유로왔는데

거기다가 독서실인지 강의실인지 뭘 더 꾸민다하여 아예 아서라하고 극구 말렸다.

거길 막는 순간 공간은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다하였더니

그럼 옥상은 어떻느냐고 되물었다.

물론 거긴 안성마춤이라고 일러주었다.

 

내려오는 길에 범어사를 지나 구서동에서 잠시 내리려다  몬생각에 잠겼던지

전철역을 한참 지나서야 아차 ,,,,,,,,,,,,,,,,,,거길 들릴건데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전철은 저만큼 다른 역을 행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