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지영 作
2008/2/17
행님 아입니꺼
초량 돼지국밥집 골목은 여전히 불이 휘황찬란했다.
누군가 맞은편에서 행님아입니꺼하고 인사를 꾸벅했다.
아무리보아도 낯선 인물인데 .............
이 녀석은 보자마자 손을 덥석잡았다.
그라면서 일구가 어떻고 광수가 어떻고 해사면서
한바탕 자기 주변 인물 근황을 늘어놓았다.
보아하니 소주를 한잔 걸친것 같은데 그리취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아는 척하니
그런 사람을 뿌리치고 니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하기도 민망하고
아는척 하기도 뭣해서 그냥 근성으로 그래 그래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사람 이름을 대더니 그 행님은 얼마전에 돌아갔습니다하며
행님 그것 압니꺼 하고 또 물었다.
-아니 모르는데
-담주면 49재입니더
-그렇나 .............
사내는 좀처럼 잡은 손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엔 어디서 구했는지 해병대 마크가 있는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키는 짤달막했지만 맵집은 좀 있어보였다.
암튼 길거리에서 오래있기도 뭣해 얼른 마무리를 짓고
가던길을 계속가려는데 술취한 사람을 어쩌지도 못하겠고
한사코 손을 붙잡고 지 설음과 지 살아온 얘기를
쭉 내리 까는데 기도원만 갔다 오는 길이 아니었으면
완전히 뺑돌았을건데 그마나 기도원에 갔다 오는 길이다보니
한참을 듣고있다가
아무래도 내가 워낙 전도를 안하니까
하나님이 이런사람을 다 부쳐주었는갑다 싶어
니 술 고만 먹고 내따라 교회 나온나 했더니
행님 교회 다닙니꺼 오데 교횐데예 해사면서
찬송가를 딥다 불러제꼈다.
-와 니 찬송가 잘하네 했더니
-행님 지가 고아원에 있을 때 배웠다 아입니꺼 행님 모릅니꺼
-아 그렇나 그럼 담에 울교회 함 온나
거기는 전부 다 가난한 사람들만 있어서 니도 편할게다 했더니
-알았습니더 하더니
그제사 손을 슬그머니 놓아주었다.
암튼 가까스로 헤어지고 나니 썩은 이빨이 하나 빠진 것처럼
시원했지만 그나마 행님 술값 좀 주이소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제따라 지갑이 텅텅 비었는데 만약에
행님 새핸데 술값 좀 주이소 했으면 얼마나 황당했으랴 ?
내 아무리 돈이 없어도 지갑에 돈은 좀 넣어다녀야겠다.
또 저런 동생 만나면 하다못해 술값이라도 줘야 안되겠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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