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92 / 대청소

커피앤레인 2008. 3. 18. 14:22

 

김 충순作

 

35812

 

2008/3/18

대청소

 

 

 

누군 봄날이라고 자기 선산엘 다녀왔다면서

도라지 뿌리를 네 자루나 켜왔다는데

난 올만에 맘먹고 대청소를 하기로했다.

 

오늘따라 몸이 가뿐하여

아침 이른시각에 바닥도 딱고

신주도 광이 나도록 빤짝빤작 딱았더니  

엄청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광도 나서 기분이 좋았는데

그게 아침밥도 안먹고 너무 오버를 한 모양인지

다하고나니 하늘이 노랬다.

 

 

해서 생전에 안그렇더니만

오늘따라 약간 지쳤는지

의자에 앉으니 스스르 잠이 왔다.

원래 말을 타면 달리고 싶어한다 하더니만

자리에 앉고나니 왠지 이번엔 또 눕고 싶었다.

해서 낮엔 거의 사용하지도 않는 간이용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조금만 눈을 부치자 했는데

말이 그런거지 일단 드러누우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며칠전 부터 누군가 집을 하나 사 달라고 부탁을 해서

서류를 떼오라고 시켰더니 의외로

공시지가에 비해 땅 값이 너무도 싼게 눈에 띄었다.

구청도 아주 가깝고 지하철도 걸어서 5분거리이고 

6m 도로도 물고 있어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원룸을 지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아 권했더니

지는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했다.

 

 

처음엔 사면 사고 말면 말고 한 말인데

막상 사겠다고 하니까 괜히 내가 더 신경이 쓰이고

앞뒤가 봐지고 나중에 이게 진짜 돈이되겠나하고

여러모로 계산이 복잡해졌다.

하기사 북항이 개발되고 구청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

돈이 될것은 분명한데 

남의 돈이라서 그런건지 괜쓰리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밑져야 본전은 되야할낀데 해사면서

안해도 될 걱정까지 다 했다. 

 

 

 

 

암튼 도시 한 복판인데도

도시 가스가 이제 들어오는 걸 보니

도시라도 다 같은 도시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기사 양반 배 부르면 상놈 배 고픈줄 모른다더니

전에는 맨날 아파트에만 살았으니

의례껏 도시가스가 집집마다 들어와 

겨울에도 다들 따뜻하게 사는줄 알았지

이렇게 기름값에 예민한줄 몰랐는데

   

지금껏 집을 지었으면서도

그것 하나조차 잘 모르고 있었으니

내가 봐도 내가 참 웃기는 인간임에는 틀림없었다.

 

 

하기사 맨날 남의 집 예쁘게 짓는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어디 집장사처럼 이게 돈이 되는지 돈이 안되는지  

그런데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고

그냥 집만 잘 지으면 되는줄 알았제

허나 새삼 남의 집을 하나 사줄려고 나가보니 

아따 챙겨야 할게 우예 그리도 많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