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24 / 녹색바다에 함 빠져봐 ?

커피앤레인 2008. 4. 20. 08:00

 

서 혜연作

 

36680

 

2008/4/20

녹색바다에 함 빠져봐?

 

 

 

용두산 공원에서 돌담길을 따라

중앙성당쪽으로 걸으면 여린 은행잎이

녹색바다를 연출하며 새봄의 자태를 뽐냈다.

 

 

길은 곧게 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졌지만

연록색의 아름다움은 아스라히 멀어지는

길만큼이나 여백을 남기며

봄의 푸르름을 노래했다.

해서 녹색에 취했는지 여자가 덥석 주저앉아

어린 나뭇잎을 한없이 쓰다듬으며

미친듯이 헤헤웃었다.

 

 

어쩌면 처녀 시절이 생각난 것일까?

아니면 마냥 이 푸르름이 즐거운 것일까?

 

 

자갈치 시장은 여전히 싱싱한 횟감들로 가득했다.

격주 토요일마다 연주회를 하는지

두 여인이 허연 살을 드러내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광복로는 이미 젊음들로 만원이었고

호떡집엔 불이 났는지 굽기가 무섭게 팔리었다.

 

 

수정동 아짐씨는 새로 산 집을 휘둘러보더니

수리비가 꽤 들겠네요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하고

나는 거의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중개사는 수리만 해놓으면 전세는 걱정말라며

따라다니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좔좔 거렸다.

 

 

올만에 시장통에서 호박죽을 먹어서 그런지

단맛이 입에 솔솔했다.

수정동 아짐씨는 돈을 빌려줄 생각이 있는지

언제 중도금을 치며 잔금은 언제치기로 했느냐며

도시가스는 들어오느냐

전세를 놓으면 얼마에 놓을거냐하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저녁무렵 박사장은 이미 취해있었다.

먼 말끝에 니는 장사꾼이다 했더니

기분이 나빴는지 노래를 부르다말고

집에 가자고 했다.

 

 

그렇잖아도 신명이 별로 나지않아 곁에 있기가 거북했는데

어절시고 잘되었다하고 돌아오니

지영씨는 그림값이 들어왔다며 좋아라 했다.

내가 잘되던지 남이 잘되던지간에

잘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었다.

마눌은 몬 좋은 일이 있는지 한 밤중에 전화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