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52 / 요즘 결혼식 잼있네

커피앤레인 2008. 5. 18. 10:00

 

전 혜령作

37473

 

2008/5/18

요즘 결혼식 잼있네

 

 

 

한동안 뜸하더니 다들 아이들이 크니까

혼사를 알리는 청첩장이 여기저기서 날라왔다.

역시 딸을 가진 부모들은 남자애를 가진 부모보다

먼저 사돈을 보는게 관례인지

어제도 정 학장네 딸 결혼식에 갔더니

정 학장 내외분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데 요즘 결혼식은 젊은이 위주이어서 그런지

꽤나 웃겼다.

얼마전에 송제 이 상개선생 딸 시집 보낼때는

신랑보고 만세삼창을 하라고 시키더니

오늘 정 봉길 학장 딸 시집 보낼 때는

신부를 위하여 신랑보고 즉석에서 노래를 부르라고 시켰다.

 

 

(요즘애들 참 명랑해여 ..................

잘 못하다간 나중엔 사위사랑 장모라고

사위더러 장모 한번 업어주라 하는 건 아닌지 원,,,,)

 

 

더우기 웃기는건

소리꾼으로 나온 명창이

춘향전에 나오는 사랑가 한 대목을 부르는데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 마다

신랑은 신부에게 뽈에다 키쓰를 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소리꾼은

소리꾼이 오른쪽 손을 올릴 때 마다

잘 살아라....................하고 추임새를 넣고

왼손을 올리면

어메 이쁜 것............... 하고

또 소리를 지르라고 시켰다.

 

 

(살다살다 이게 몬 일이여..............)

 

 

한동안 결혼식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는소리를 들었지만  

막상 직접 내 눈으로 대하고보니

한편은 잼 있기도 하고 한편은 좀 쑥스럽기도 하였다.

 

 

어찌되었던 간에 

지인들 결혼식만 되면

꼭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있었는데

엔제나 주문이 카메라를 준비 해 가지고 오라는 부탁이었다.

 

 

예전에

못살때 같으면 카메라가 워낙 귀하다보니

예의상으로도

그래 한 컷 찍어주지 했지만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디카를 갖고 다니는데

굳이 카메라를 가져오라 하니

여간 심적 부담이 되지않았다.

 

 

(특히 내 카메라는

골동품 가게에나 있을 구닥다리 수동 니콘인데....)

 

 

-아니 카메란맨 준비 안했어요......하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당연히 준비했져 ,,,하고 능청스럽게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이 넘보고 카메라를 또 가져오라는 저의는 몬데 하고

물으면

 

-U 샘은 예술가잖아요

그러니 사진 찍는게 다르잖아요

-내가 몬 예술가고 ...

난 사진 작가 이름에도 나오지 않는데

-암튼 준비해 오이소

그리 압니더이 .................하고 전화를 탁 끊어버리면

이 나이에 카메라를 울러 매고 가기도 그렇고

안갖고 나가기도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나이가 나이인지라 쪼매 쭈글스럽기도하고

또 모처럼 부탁인데 딱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가급적이면 싫던지 좋던지 갖고 나가지만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이 나이까지

카메라 울러메고 뭇 대중들 앞에서 

그 잘난 얼굴을 보여야 하는지 

그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막상 결혼식장에

카메라를 울러메고 가니

예술가는 역시 다르다 해사면서

여기저기서 야지 아닌 야지를 실실 넣었는데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원,,,,

 

(야 문둥아................................

너거가 내 심정을 우예알끼고.

나도 너거처럼 축의금 5만원 내고

거기다가 사진 찍어주고

밉다고 또 한장씩 사람 수대로 현상해주면

그라믄 나는 부조가 얼만줄 알기나 아나 ........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거기다가 저거 맘에 잘 나왔다 해봐라 

사돈에 팔촌까지 그걸 또 선물한다고

큰 것으로 한장씩

현상을 해달라 하면

돈을 받을꺼여 우짤꺼여 ...............

 

내 나이 이만큼 되도록 한 넘도  

니 사진 값 많이 나왔제 하면서

사진값 보태쓰라고 돈 주는 넘은

내 눈딱고 봐도 아직까지 한 넘도 없드라 .....

 

암튼 이것도 재주라고 알아주는 거는 고맙지만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원

 

 

하긴 남의 혼사에

그까짓 사진값이야 뭐 그리 크게 문제이겠냐마는

문제는 언제까지

내가 불려다녀야 할지 그게 걱정이었다.

언 넘 결혼식엔 가서 사진 찍어주고

언 넘 결혼식엔 가서 사진 안찍어줘봐라

아마 절마들 틀림없이 섭섭다해사면서

내 잡아 먹을라고 할끼다.

 

 

그나저나 내 아들 장가갈 땐

언 넘이 사진 찍어주지 ..............................

정아 조 뇬은 지딴에는 사진작가라 하는데

내가 보니 영 형편없고

한 사장 절마는

되도 않은게 거들먹거리기만 했지

구도도 제대로 못맞추던데

이러다가 내가 또 체면이고 뭐고 다 내버리고

카메라 울러매고 며느리 사진 찍어줘야하는 것 아이가.......................................

아이고 모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