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12 / 이쁜 아빠네요

커피앤레인 2008. 7. 21. 16:33

 장 인영作

39271

2008/7/21

이쁜 아빠네요

 

 

 

내년엔 기어이 개인전이라도 함 열어볼까하고

카메라를 울러메고 작업실을 나서니

아직도 새벽인가 보다.

 

 

방금 해가 떳는지 햇살은 그리 따갑지 않았는데

버스를 타고 동삼중리를 거쳐 삼지 해변길을

오르내리니 방금 들른 교회 생각이 났다.

 

 

왕대가 허들스럽게 늘어진 그 사이로

목사관은 여전히 황토색 특유의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었는데

비록 내가 설계를 했지만 지금 돌아봐도 참 잘한 것 같았다.

해서 예전에 미쳐 찍지 못한 

구석구석을 몇 컷 카메라에 담은 후

산책삼아 경내를 한바퀴 휘둘러 봤더니

예전에 심었던 벚나무며 개나리가

그새 세월을 말해주는듯 제법 키가 커 보였다.

(벌써 세월이 이렇게 갔나?)

 

 

역시 바닷가는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이 젤 좋았다.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노도소리와 함께

그 격렬함이 젊은 열정을 느끼게 해서 그런지

아무리 오래동안 쳐다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았는데

 

 

산더미만한 파도가 연방 자갈을 훑어가도

누구 하나 그것 왜 가지고 가노하고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온 김에 태종대 교회에 들려 잠시 몇 컷을 더 누르고

다시 삼지 해변길을 따라 포항 물회집에 들렸더니

정옥이 요 년은 지 서방하고 아직도 자고 있는지 

낯선 여인만 오골오골 모여있었다. 

 

 

해서 물회 한 그릇을 개 눈에 뭐 감추듯이 감추고

다시 절영로 산책길을 따라 해안에 접어드니

파도가 발아래까지 무섭게 덤벼들었다.

 

오잉 이게 모꼬 ?하고

행여라도 괜찮은 작품 하나 건질까봐

연방 셔트를 눌렀더니 어느새 36판이 다 돌아간 모양인지

낯익은 신호음이 또 삐리릭 삐리릭했다.

 

 

애고 뭐 좀 할려면하면 꼭 이러더라니까.........................하고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서는데

간밤에 한 마눌의 말이 새삼 기억이 나

혼자 씨익 웃고 말았다.

 

-안자요?

-아니 이밤에 왠 전화?

-왜 ? 잠을 깨웠어요 ?

-아니 편의점에 가서 콜라 좀 사 올려고

-지금이 몇신데요  

-몇시긴 ....................12시 조금넘었지

-근데 콜라를 먹어요?

-응  

근데 왜 전화했어요?

-혹시 당신 오늘 무슨 날인줄 알아요 ?

-몬 날?.....................글세 ? 

-하기야 묻는 내가 그러지

당신 막내 우삼이 생일이잖아요

 

 

(우삼이는 중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이름인데

적벽대전을 만든 .오 우삼,

근데 그는 영어로 Jhon Woo 라고 이름을 섰다.

그래서 마눌과 나는 울 아들과 똑 같은 이름이다하고

그를 그렇게 불렀다.)

 

-아 그렇네

난 7월인줄은 알았지만 날짜 까찐

-어련하시겠어요

마눌 생일도 모르는 사람이

아들인들 뭘 알겠어요

-그건 맞네

한데 생일은 원래 지가 챙겨 먹는 것 아이가

-그런데 다른 여자 생일은 우예 그리도 잘 챙겨요?

-아 그건 저거가 미리 얘기해서 알지뭐  

-마 됐거던요..............

우야던지 모기에 안물리도록 조심하고요 .

낼 봐요 .

-알았어요

당신이 이 아빠를 대신해서 낼 아들에게 용돈이나 좀 보내줘요

-참 이쁜 아빠네요

아들 용돈까지 챙겨 주는걸 보니 ......................................

 

 

(하긴 마눌이 날 인정할리가없지.

생전에 한번도 자기 생일을 챙겨주지 않았으니까 .................. 

그나저나 울 마눌 생일이 언제지

음력 11월이라고는 했는데...............

27일이가 28일이가....진짜 헷갈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