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33 / shall we dance ?

커피앤레인 2008. 8. 11. 09:45

원경이네 화장실내 샤워실

 ( * 목재로 된 이 벽면은 히노끼라는 특수목으로 처리된 것인데

이 넘은 물이 자기 몸에 닿으면 그 즉시 향을 내었다.

향을 내는 이유는 병충해로 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일본사람들은 지금도 히노끼 탕을 최고의 목욕탕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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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Dance ?

 

 

 

 

여름밤 광안리는 자유를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간간히 불어오는 해풍이 너무 싱그러워서인지

동행한 여인들은 연방 탄성을 질렀다.

페스티발은 9시 30분부터 열리는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도로엔 차량왕래가 통제된다고 알렸다.

 

 

밥을 먹고 나오는 사이

도로는 이미 노천카페로 변한지 오래였나보다.

하얀의자들이 거리를 그득 메우고 있었다.

해운대가 뭔지 모르지만 고급스럽다면

광안리는 생동감이 넘치는  젊음 그 자체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댄스하면

난 언제나 제비와 정 비석의 자유부인을 연상했다.

그만큼 낯이 선 그런 것 이었는데

생각보다

동행한 여인들은 그게 무척 잼있나보다.

 

 

해서 우리도 얼굴을 내밀고

구경도 하고 박수도 쳤는데

왈츠며 탱고 같은 낯익은 곡들이 어우려지면서

춤꾼들의 표정이 수시로 변하는게

생각보다 넘 잼있었다.

 

 

어쩌면 한쌍의 제비 부부처럼

그들은 그렇게 돌고 또 돌았는데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흥이 날만하면 순서가 바뀌는게 흠이었다.

 

 

여잔 댄서답지않게 제법 걸죽한 입담을 과시했다.

사회를 보다가도 신명이 나면 스스로 몸을 흔들어 대곤했는데

하지만 춤꾼치고는 그리 만만한 몸매는 아니었다.

그나마 춤 솜씨 하나만은 개안은지

그 바닥에선 제법 파워가 있어 보였다.

 

 

종종 그녀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했다.

한달이면 저 정도는 기본이라며 ............................

댄스를 하라고 애써 부추겼다.

 

 

조금전에 마신 술탓일까....

갑자기 일본 영화 Shall We Dance가 생각났다.

춤추는 여자에 반해서

어렵사리 댄스교습소에 찾아간 주인공이

어느새 세계적인 춤꾼이 되는 그런 과정을

그린 영화였는데

불행히도 내겐 그렇게 반할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밤바다에 이따금씩 나부끼는 프랑카드엔

BOB댄스 동호회란 큼직한 글자가 보였고

그 아래엔

인터넷 주소창이 적혀 있었다.

 

 

여자의 말로는

검색창에서 BOB만 쳐도 나온다고 하였는데

조금은 아물아물했지만

주소가 CAFE DAUM NET/BOB 인가 뭔가 그랬다.

 

 

암튼 춤이 끝나자 갑자기 목이 마른지

누군가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였다.

이왕이면 라이브도 들을겸

커피도 즐기자고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은 다음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한곡 신쳥했더니

20대 후반의 젊은 여인이

꽤나 시커멓게 탄 탄력적인 몸매를 과시하며

한참동안 열창을 했다.

 

 

원래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다고

예의로 생과일 쥬스를 한잔 보냈더니

감사하다며 거듭 인사를 했다.

 

 

밤바다는 여전히 싱그러운 미역냄새로 가득했고

일행중 한명은 남편이 왔다고 홀로 떨어져 나가버렸다.

 

 

우린 백사장에 앉아

오랜동안 먼바다를 쳐다보며

서로가 살아온 흔적들을 얘기하며

봄보다 가을이 더 아름답다고 얘기했다.

 

 

어쩌면 봄은 봄대로 좋고 

가을은 가을대로 좋겠지만

봄보다 가을이 더 아름다운건

그만큼 뜨거웠던 여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우리 춤출까요?

(Shall We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