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883 / 예술이가 에술이가

커피앤레인 2008. 10.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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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예술이가 에술이가.........

 

 

휘영청 둥근 달이 밝았다.

한데 취기가 조금 올라서 그런지 오늘만큼은 보름달이 더 아름다워보였다. 

진희는 초저녁부터 언 넘하고 한바탕 했는지

얼굴이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해서 맥주나 한잔하자 하고  

팔을 잡아 당겼더니

이 넘 보고 오늘따라 더 외로워 보인다고 하였다.

하기사 같은 빌딩에 살면서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다보니

지가 나보다 더 예리한건지  

-뭐가 외로워?

난 엄청 행복해죽겠구먼  ................

-아니예요 외로워보여요

혹시 실연한 건 아니져

-실연 ?

실연은 .무신 참새 씨나락 까묵는 소리고 .........................

그냥.................잘 갔지뭐

-잘가여?

누가?

-그런 뇬이 있어

 

 

술이 술을 먹었는지  달에 취했는지

구름에 살짝 가려진 보름달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수집어 보여

-야 이 못난 넘아

니나 나나 우찌 그리닮았노

니도 오늘이  니  생일이가?

 

 

마눌은 그래도 남푠이라고

마이가리 생일밥을 차려주곤 또 훌쩍 떠나버렸는데

기약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언젠가는 약에 쓸까 하고 꼬불쳐 놓았던 뇬들은

지도 지 사정이 있는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오늘따라 어디론가 다 도망을  가버리고 없었다.

 

하기사 원래 말만 번드리했지

실속이라고는 쥐 불알만큼도 없는 넘이다보니  

오늘도

남은 거라고는 휑한 가심과 저 달과 요 넘의 허우대  밖에 없는 것 같아  

그 잘난 목소리로

아미새 아미새 아미새가 나를 울린다

신기루 사랑인가 아미새야 아미새야.................................하고

온 중앙동이 떠나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더니

 

 

-오빠야  오늘 모 좋은 일이 있나

우째 그리 기분이 좋노

-날라가는 새 뭐를 봤능교  

와 그라는데여  .................해사면서

이 뇬 저 뇬들이 제다  한마듸씩 거들었다. 

 

(하기사 연작이 우찌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냐 하더니만

너거가 우예 이 넘의 깊은 그 심정을 알까나 ...............)

 

 

해서 오늘 밤은 마눌 눈치 안봐도 되겠다

생일도 지났겠다

마음껏 취하자 하고

강북에서 강남을 오가며 이 집 저 집을 누볐더니

술값을 그나마 안미루어서 그런지

-오빠야는 언제나 봐도 우찌그리 멋있노 해사면서

이 방 저 방에서 밤의 야화들이  방실 방실 웃음을 흘렸는데  

 

 

돌이켜보니 태어나서 한 평생

남의 들러리만 열심히 선 것 같아 

이제부터라도 나도 내 인생을 함 살아보자 하고   

목청껏 이 미자의 울어라 열풍아를

또 한 곡 쭈욱 뽑았더니

 

 

-우샘 그건 진짜 에술이다 에술 .................해서 

-야 야 발음 쪽 바로 해라이 

예술이가 에술이가 

예술은 가심으로 하는걸 말하고  

에술은 몸으로 하는걸 말하는기다이  

-아 이제 알았네

우 샘이 지금 쓸쓸한게 

고 넘의 예술이 안되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에술이 안되어서 그렇구나 

오늘 마 날 궂이만 안했으면 나라도 수청을 들었을텐데..............

-마 됐니더이 

이 세상에 믿을 넘 하나 없다더니 

믿을 뇬도 하나 없더라

정 주고 마음 주고 뭣도 다 준 내가 바보지 ............................ 

-뭘 줬는데여 ?

-니는 알꺼없다 .

남의 사생활을 넘 알면 다친다 안하더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