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45/ 환상적이라

커피앤레인 2009. 1. 24. 13:23

 

 유 선경작

 

 

39793

 

 

2009/1/24

환상적이라....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

사람은 배운대로 하게 마련인가보다.

어렸을 때 아버님이 종종 뭘 사들고 들어와서 그런지

이 넘도 뭘 사들고 들어가는걸 무지 좋아했는데

해서 봄철

자갈치시장에 들렸다가

쭈꾸미가 나면 인천에 사는 지인들에게 쭈꾸미와 싱싱한 고등어를 

한번씩 보내주었는데 부산 고등어가 짠물 인천 고등어보다 맛이 있는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와이래 맛있어요 하고

밥이 절로 넘어간다고 하였다.

 

 

엊그저께도

함양에 갔다온 김에 여러가지 신세도 졌고

대접도 받아서 크리스피 크림 가게에 들어가

도너츠를 두 박스 사서 현자와 수영이 먹으라고 보내주었더니

함양에선 난생 처음 이걸 먹어본 모양인지

두 뇨자가 번갈아 문자를 때리곤

맛난거 보내주셔서 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환상적  ㅎㅎㅎ.....................이라느니

한꺼번에 세개 먹었음

우예이리 맛있습니꺼 해사면서

진작 좀 보내주지 하고 원망 아닌 원망을 했다.

 

 

하긴 부산도

작년엔가 이 빵집이 광복동에 생겼는데

생각보다 도너츠가 너무 달았다.

해서 이거 넘 다네

인공조미료 넣은 것 아이가 했더니

크리스피 크림은 80년 전통에 순수 천연 재료만 쓰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했다.

해서 마눌이 오면

언제나 이걸 한박스씩 사서 손에 쥐어주었더니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그 버릇은 여전하네요 하고 

지혼자 킬킬 거렸다.

 

 

구정이 가까워오면 이집 저집에서 떡했다고 나눠주고 

떡국 먹으러 온나하고 부르기도 하더만 

요즘은 떡하는 집도 없고  떡국 먹는 집도 없는지

이 집에 가 봐도 맹하고 저 집에 가 봐도 맹했다.

해서 내 돈 주고 내 사 먹는게 젤 낫다하고

단감도 사고 사과도 사고

크리스피 크림에 들려 도너츠도 사고

오는 길에 오사까에 들려 저거 고향에서 만들어온 떡국이라고 해서

그것도 한봉지 샀더니

정옥이가 그새 전화를 때렸나보다.

 

 

-와 전화했는데

-와 전화하긴 .......점심먹었나

-아직 안먹었다

-언니가 나왔는데 점심이나 같이 먹잔다

-그래 ? 오덴데

-오데긴 중앙국수집이지

-아 ......

-빨리오세요이 자기 것도 시켜놓을테니까

-자기 것 ? ㅎㅎㅎㅎ

 

 

계림 할매는 동광동을 한동안 떠났다가 다시 나오니

그래도 이 넘이 젤  보고 싶었나보다,

해서 쉐타만 대충 걸치고 나갔더니

-이 추운데 멋도 좋지만 와 이러고 다니노

-우찌 왔는데요

-우찌 오긴

나온김에

얼굴 보고 싶어서 우동이라도 같이 먹자고 불렀지

안 바뿌나

-바뿌긴

안그래도 며칠전에

설 갔다가 /인천갔다가 /함양갔다 /어제 돌아왔어요

-내가 있으나 없으나 돌아다니는건 여전하네  

그래서 그런지 살이 좀 빠진 것 같다이

몬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좋은 일은 모 ?

-그런데 와 살이 빠졌노

-아이고

또 생사람 잡을 소리 하시네

원래 이 넘은 곡식에 제비아니우 

그러니 몬 일이 있겠우  

지발 신경 좀 끄이소이 .................했더니

-내가 안 보이 우예아노 하더니  

말을 하고 보니 자기도 우스웠던지 혼자 킬킬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