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란作
2009/3/13
사이코 아이가 ?
빗소리를 들으면 떠오르는게 있었다.
우산이 떠올랐고 아름다운 비옷이 떠 올랐다.
옛날 옛적엔 비 옷 대신에 시골에서는
짚으로 만든 상반신만 가릴수 있는 망또 같은 것을 걸쳤는데
할아버지는 비오는 날이면 의례껏 쪽문을 열고는 들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간간히 긴 담뱃대를 물곤했다.
산에는 이미 진달래가 만개했나보다.
개나리도 피고 산수유도 피고 백목련도 큼직한 봉오리를 올리며
꽃잎을 열 날만 기다렸는데
역시 봄은 비가 잦아야 제 맛인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점심을 먹은 후
가는 길에 정애 집에서 커피를 한잔 얻어마시고
임마누엘 교회에 들렸더니
오늘따라 교회가 무척 한가했다.
뜸부기도 지가 낳은 새끼는 이뿌듯이
이 넘이 설계하고 공사감독을 해서 그런지
목사관은 여전히 의젓하고 아름다웠다.
목사관 담장 주위에 심은 개나리가
얼마나 허들스럽게 피었나 싶어 일부러 들렸는데
겨우내 늘어진 가지를 누군가 모조리 쳤는지
마치 숏커트를 한 여인네 머리처럼
개나리가 너무 말끔해서
개나리 본래의 허드러진 맛이 영 없었다.
(개나리는 생머리하면 안되나 요 무식한 인간들아 )
하지만 절영로 산책길은 언제나 걸어도 멋이 있었다.
부산에서도 유일하게 육지와 떨어진 섬이지만
전혀 섬같지 않은 섬이 영도였다.
해서 언제부터인가 홍등대에서 영도 동삼중리까지
해안 산책길이 생겼는데 그 풍광이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호젓하기도 호젓하거니와
파도와 곰피와 홍합이 어우러진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저절로 노래소리가 나왔는데
해서 올만에 온 김에 목도 좀 틔울겸
가곡 몇곡과 유행가를 몇곡을 목청껏 불렀더니
나르시스트가 따로 없는지 내 목소리에 내가 반한 꼴이었다.
더우기 수천개는 족히 될 자갈들을 마치 구름떼 같이 모인
청중이라 생각하고 온갖 떵 폼을 다재고 한곡한곡 열창을 했더니
어떤 때는 눈물도 났고 어떤 때는 신명도 났다.
이 넘이 잘 부르는 레퍼터리는 언제나 비슷했는데
가곡은 이수인 선생의 고향마을 / 장일남 선생의 비목 / 금수현 선생의 그네가
단골메뉴였다.
일단 가곡이 끝나고나면
울끼리 하는 말로 화류계(*우린 술집을 늘 화류계라고 했다. 이 화자는 꽃 화(花)가 아니고
문화할 때 쓰는 될 화(化)자였다. 왜냐하면 이 넘이 가는 단골술집은 거의
환쟁이 /글쟁이/아니면 연극이나 영화에 관련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대학에 나가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이들이 모이면 의례껏 라이브 한두곡은 때려야 판이 끝이났다)
에서 즐겨부르는
긴머리 소녀가 첫머리에 등장했는데
사실 이 노래는 상해에서도 부를 정도로 제법 한가닥 했다.
한데 요즘은 조금 레퍼토리를 다양화하여
김연숙의 초연/허영란의 날개/이 정옥의 숨어우는 바람소리 /
조용필의 허공/ 강진의 화장을 지우는 여자/
현철의 아미새/ 박상철의 황진이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 .................등등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노래는 분위기 따라 불러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를 불러 괜히 잘 있는 아짐씨 가심을 울리기도하고
때로는 조용필의 허공을 불러 언 넘 말대로
아이고 미치겠네 와 니가 내가심에 불을 지르노 옛앤 생각나게............하기도하고
때로는 주모와 어울려 황진이 /아미새를 부르면
자기 뽀뽀해주면 안잡아 먹지 해사면서 농을 했는데....................
올만에 바닷가에 나오니
스트레쓰도 확 달아나고 기분도 좋아
연거푸 몇곡을 때렸더니
기분이 영 삼삼하여.
언 뇨자보고 내 오늘 바닷가에서 노래 실컷 불렀다했더니
이 넘의 여편네가
사람들이 사이코라 안해요 ? 하고 물었다.
아이고 내원
-나보고 ? 사이코라?
-네에
-그럼 내가 사이코다 이말이가 ? 당신 눈에
(돈다 돌아..........................우야믄 좋노
하지만 어차피 돌바엔 돈아 니가 좀 대신 돌아주면 안되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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