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누가 양주를 줬다.

커피앤레인 2009. 3. 16. 09:21

 

photo by s.j.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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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16

누가 양주를 줬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루를

저녁 6시부터 시작하여 다음날 저녁 6시까지 계산했다.

해서 그런지 창세기에도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그렇게 기록했는데

아무리 꽃샘추위가 맹렬해도

계절은 어쩔 수 없나보다.

 

 

햇살이 너무 아름다워 공원을 한바퀴 휘돌았더니

개나리/진달래/매화/산수유/ 목련화는 벌써 꽃을 피웠지만

어제보니 벚꽃마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 머잖아 벚꽃놀이들 가겠구나 ,,,,,,,,,,,,,,,,,,,하며

세월 참 빠르네 했는데

 

 

 

저녁무렵 난데없이 아래층에 사는 여류화가가 두번이나 문을 두드렸다.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오는 사람이 어젠 몬 일인지 문을 쾅쾅 두드려

왜요?하고 문을 열어주었더니

묵은 김치를 한박스 내려놓더니 잠시 후

양주 한병을 갖고 왔다.

심심할까봐 술이 있어 묵은 김치하고 양주 한병 갖고 왔다하고는 내려갔는데

잠시 후 또다시 문을 두드렸다.

해서 다시 문을 열어줬더니

아마도 마개를 딴 양주를 준게 못내 맘에 걸렸던지

또다시 새병을 하나 더 가져왔다.

아이고 몬 이런걸 하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양주가 다 떨어져 .........................

행여 손님이라도 오면 우짜노 했는데 참 잘되었다고

인사를 하고 돌려보내고 레벨을 봤더니

임페리얼 하고 윈즈 12년산이었다.

 

 

원래 양주는 술보다 병이 더 아름다울 때가 많았다.

해서 히비까라던지 헤네시라던지 선토리 XO 같은 술병은 

좀처럼 버리기가 아까와 술이 담긴체  

줄줄이 진열했다가 손님이 오면 크래프트 벨비타 슬라이스 치즈와 함께

조금씩 홀짝 홀짝 마셨는데

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넘들은

기어이 비싼 고급 양주 병마개를 딸려고 했지만

지나 나나 술을 모르는 넘들은 

야 요즘 국산 양주도 괜찮드라면서

윈즈나 임페리얼이나 패스포드를 마시자고 저거가 더 극성을 부렸다.

 

 

한데 이 넘은

아직 한번도 내돈으로 양주를 사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느게 어느정도 비싼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것도 그런게

대부분 집을 지어주거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주면

고맙다고 집 주인이 선물을 했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박스체 그대로 남을 주었는데

술집을 하는 동문이 몇이 생기고부터는

요 야시들은 오기만 오면 요걸 또 우예아는지

야 이거 비싼건데 .......................하고 침을 날름날름 흘렸다.

 

 

 

해서

-이거 좋은거가 ? 난 줘서 그냥 받긴 받았는데

병이 하도 이뻐서 박스도 안 내버리고 그대로 뒀다했더니

-응. 시중에서는 구하기 좀 힘든거다.

-그래. 그럼 돈 좀 되겠네

-어 .손님에 따라서는 값이 많이 차이가 난다.

-아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갈 때 니 가져가라

난 진열만 해놓았지 잘 안먹으니까 ........

니라도 가서 돈벌어라

혹시 손님 잘 만나거던 나중에 밥이나 한그릇 사고

-아이고 밥이야 지금도 살 수 있지

-마 됐니더이.....

 

 

 

한데 어느 날  광안리 간 김에 가게에 잠시 들렸더니

그 술 팔았다 하며 자랑을 했다.

-그래 ? 잘됐네

-응 . 안그래도 누가 그 술을 찾았다면서 가져오고 나서 며칠 후에 바로 팔렸다 .

-잘했네 . 그래 돈은 좀 벌었나 ?

-응. 그날 매상 한 700,000원 올렸다.

-그래. 술값이 얼만데 700,000만원이나 올리노

-그것 하나만 300,000원

-아

-사실은 한 500,000만원 받아도 되는데 단골손님이라 좀 싸게 줬다.

-잘했다.

아는 잘 커제

-응 .

-혼자서 고생이 많다.

담에 또 온나

한 두병 더 줄게

내사 우짜다가 친구들이나 오면 한두잔 먹지 늘 그대로다,

-그래도고맙다

한번씩 들려 장사도 시켜주고 애들도 챙겨주고

-챙기기는 뭘 

그 애들도 일수 찍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겠노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을 때 니 밑에서 일한다고

저거 용돈이라도 보태쓰라고 주는건데.

어차피 난 손님 대접도 해야하잖아,,,,,,,,,,,,,

 

 

한데 언제부터인가 신앙에 비추어

양심에 가책이 되었는지 

아니면 술먹는 넘들 비위 맞추기가 이젠 진력이 났는지

동문회도 나오지 않았다.

누구 말로는 멀리 이사를 갔다하고

누구 말로는 재혼을 했다했는데 ...........................

이사를 갔던지 재혼을 했던지

애 데리고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