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모진넘 옆에 있다가

커피앤레인 2009. 3. 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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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31

모진넘 옆에 있다가

 

 

 

 

옛말에 모진 넘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더니

이 넘이 꼭 그 꼴이었다.

4층 아짐씨가 느닷없이 올라오더니

죽는 시늉을 하며 내 좀 살려주이소했다.

-아니 몬 일이 있어요 ?

-펀드가 몬교

-펀드가 펀드지 뭐라니요

-아이고 울 사위가 펀드인지 지랄인지 그걸 해가지고 돈을 다 날렸다네요

-그래서요

-그래서 울딸이 저거 신랑이랑 뭘 의논을 했는지 울집으로 들어온다는데

내가 갈곳이 없습니더

이걸 우야믄 좋겠습니까 했다.

 

 

듣고보니 예사 일이 아니었는데

수입도 별로 시어찮은 늙은 여인네가 그나마 그림을 그리며

겨우 겨우 살아왔는데

막상 딸이 친정으로 들어온다니

기가차고 매가 차는 건 두번째 문제이고  

아직도 신혼 부부이다보니 

농이며 쇼파며 세간 살이가 여간 많지 않은가보다.

 

 

해서 4/5층을 다 쓰야 

그나마 뭐가 되는 모양인데 그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넘도 이곳으로 이사와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또다시 삼실을 옮겨야한다니 몬 벼락도 이런 벼락이 있는지

해서 옮기는건 여러가지로 곤란하다 했더니

우야든지  자기를 좀 살려달라고 하였다.

 

 

내용인즉

전에 이 삼실을 얻었을때 자기가 도와줬으니

이번엔 니가 좀 양보하라 이 말인가 본데

이것저것 따지면 신갱질이 났지만  

그렇다고 죽는다고 저렇게 애원하는데

야박하게  거절하는 것도 사람의 도리가 아닌 것 같고 해서 

일단 함 알아봅시다하고 ..................황급히 수소문을 했더니

200m 근처에 마침 아담한 사무실 하나가 비어있었다.

 

 

해서 이삼일내에 비워주기로하고

오늘 아침부터 부지런히 청소도 하고 짐도 일부 옮기기 시작했더니

꼬래 그것도 일이라고 어깨가 제법 뻐근했다.

 

 

중국고사에 세옹지마라는 말이 있지만 

이걸 좋아라 해야하는지  

슬프다해야하는지

암튼 밤새 내 감정을 삭이느라

내딴엔 제법 힘이들었던지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라는 찬송을 열두번도 더 부르면서

내 뜻대로 마옵시고 당신의 뜻대로하옵소서 한

예수님의 기도를 따라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지

모닝콜이 그새 사람을 콕콕 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