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사랑이 밥 먹여주나

커피앤레인 2009. 4.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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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16

사랑이 밥 먹여주나

 

 

 

 

 

또 한차례 비가 올려나 보다.

교회당 문을 나서니 수녀 세사람이 부지런히

건너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6시 미사가 곧 시작 되는지 사람들 틈에 끼어

 누군가 지팡이를 더듬으면서

저쪽에서 걸어오는게 보였다.

얼핏보니 60은 족히 넘은 할머니였다.

할머닌 용케도 장애물을 피하여 성당으로 향했는데

도대체 할머닌 몬 기도할게 그리많아

이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을까?

 

 

 

어느날 샤무엘 베게트 라는 작가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글을 썼는데

고도는 불어로 신이라는 뜻이었다.

샤무엘 베게트가 쓴 고도는

 연극무대가 다 끝나도록 끝내 나타나질 않았는데

 

 어쩌면 매일 새벽 교회당 문을 나서는 이 넘이나

눈이 안보이면서도 꾸역꾸역 미사에 참석하려는 저 할머니나

샤무엘 베게트의 눈엔 참 미련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기독교가 원래 참 미련스러운 종교가 아니었던가........

성경에도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에게는 미련한것이나

구원을 얻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했으니 ....

미련한건 어쩔 수 없겠지만)

 

 

암튼 불교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화두라는 용어 역시 

원래는 뭘 묻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화두라는 말은 잘 알면서도  

그 속에 감춰진 진지한 질문엔 전혀 관심이 없는걸 보면  

그쪽이나 이쪽이나 경전 따로 사람 따로 놀아서 그런지

어떤면에선 미련스럽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한데 구정맥 산악회 송회장은 

언제부터인가 약초에 미쳤는지 

산에서 채취한 가시오가피로

술을 담은것이라며 한참동안 자랑을 늘어놓더니

오늘밤 자기들 산대장들 하고  먹을거라면서 

팻트병 하나 가득히 술을 따랐다.

 

 

 하여 옆에서 이 넘이 조금 거들어주면서 

은근히 신갱질이 나서

모라모라 씨부렁 거렸더니 지도 쪼매  미안했던지  

맛이나 보라면서 남은 술에다가  멸치와 고추장을 안주로 약간 내놓았다.

 

 

(해서 송회장

옛말에도 음식 끝에 마음 상한다고

산에는 딥다 오라하면서

먹을 때는 저거 산대장끼리 모인다 하고 그라면   

진짜 인간성 보인다하고 지랄지랄을 했더니  ...........

그게 아니고 그 자리는 이 넘이 끼일 자리가 아니라나 

그럼 처음부터 술 먹으러 간다안하고 산대장 모임이 있다 했으면 

내가 모하러 거기에 끼일끼고 했더니 지도 양심이 있었던지 

나중엔 싱싱한 멍기 먹으러 오라고 또 전화를 때렸다  )

 

 

한데 몸에 하도 좋은 가시오가피주라해서

소주병 한병 정도 양을

내 혼자 홀짝홀짝 다 들이켰더니

어느새 바닥이 났는지

술기운이 제법 슬슬 감돌았다. 

 

 

하여 더 이상 씨부렁거려봐여

더 나올것도 없을 것 같아 

나 갑니다이 하고  

삼실에 돌아와

알딸딸한 김에

누군가에 전화를 때렸더니

-아니 이시간에 왠일이유 ? 했다.

-왠일은,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했더니

-아이고 우얀일로 나보고 싶은때도 다 있던가베 해사면서

와 몬일 있어요 ? 했다.

-아니 ....... 누가 가시오가피주를 담았다해서 

 억지로 한 주전자를 다 마셨더니

그게 쪼매 취하네 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난또

기다릴걸 기다려야지 몬 좋은 일이 있나했잔우.

한데 난 심심풀이 땅콩이 아닌데 우야면 좋겠능교  ...............해사면서 

요 인간이 사람을 또 실실 놀렸다.

 

 

해서

-야 이 문둥아

사람이 꼭 사랑을 해야 전화를 하나

때로는 깨어진 뚝사발도 그리울 때가 있는법이다 했더니

-아이고 언제 우리 사랑이라도 한번 해봤우 ,,,,,,,,,,,,,,,,,,,,,,,,,,,,,그립게 ,했다.

-하긴 울마눌도 그런말 하드라

사랑이나 해봤우 하고 ....

근데 사랑이 모 별거가

보고 싶으면 그게 사랑이지 했더니

요 인간이

-마 됐거던요

고건 사랑이 아니고 술김에 하는 그리움이거든요 아자씨 .............하고는

전화를 탁 끊었다.

 

 

(문디같은 가스나 지랄안하나

지하고 내하고 이 나이에 아 낳을 일도 없는데

사랑이면 어떻고 그리움이면 어떻노

다 늙어가는 주제에 니 잘있나 나도 잘있다

우야던지 죽을때까지 몸 조심해라이 하고 안부라도 전해주는

그런 친구가 있다는게

그게 오던데.

좌우지간 뇨자는 늙으나 젊으나 사랑 밖에 모르는갑다.

사랑이 뭐 밥 먹여주나 ...............................요 맹추같은 아짐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