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사랑이 모 별꺼가

커피앤레인 2009. 4.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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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29

사랑이 모 별꺼가

 

 

 

 

 

 

비가 내리는 항구는 참 아름답다.

특히 밤에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쌰르뜨르가 쓴  구토라는 소설이 젤 먼저 떠 올랐다.

안개가 자욱한 부둣길을 따라 사내는 천천히 선술집을 찾았던걸로

기억하는데 넘 오래되어서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넘의 기억으론 담배연기가 자욱한 술집을 찾아 들어가는걸로  

샤르뜨르는 이야기를 전개하였는데  

이젠 그런 낭만도 도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담밴 뭐니뭐니해도 향기가 사람을 매료시켰는데

시가를 안피운지도 꽤나 오래된 것 같아 그 맛도 이젠 잃어버린지도 오래되었다.

담밴 역시 굵은 쿠바산 시가가 제 맛이었다.

이따금 백교수가 어디서 구했는지 초코렛향이 유달스리 많은

쿠바산 시가를 선물하여 

그 향기에 같이 취해 거드럼도 피우곤 했는데  

요즘은 그도 좀처럼 시가를 물지 않았다.

 

 

그 역시 그만큼 여유를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각박해진 것일까

하긴 술집을 안간지도 꽤 오래되었으니

그를 만날일도 별로 없었던게 더 큰 원인일게다.

 

 

한데 마눌은 술냄새를 지독히 싫어했다.

소주나 막거리를 먹고온 날은 아예 각방을 쓰자고 제안을 했는데

하지만 양주나 시가를 피운날은 아무소리도 안했다.

냄새자체가 다른지 한쪽 구석에 쥐죽은듯이 조용히 누워있어도

마눌은 여전히 잠을 쿨쿨 잘잤다.

하지만 마늘이 자면 이 넘은 손끝도 까닥안했다.

그건 마눌에 대한 이 넘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해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대로 이 넘이 챙겨먹었고

설혹 뽀뽀를 하고 싶어도 술이 취한 날만큼은

마눌곁에서 좀처럼 치근덕 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눌은 시집온 이후로 한번도 아프질 않았다.

장모님 말로는 처녀시절엔 집에 오기가 무섭게 눕기부터 먼저 하였다는데

그만큼 허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좌우지간 하나님 덕인지 이 잘난 신랑 덕인지는 몰라도 그는 여지껏 아프질 않았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따라 종일 감기 기운도 있고 비도 와서 그런지  갑자기 마눌생각이 났다.

약재를 너무 많이 다루어서 그런지 요즘은 목이 제법 따갑다고 했다.

해서 입원이라도 해야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당신을 만날려고 했는지 이젠 목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부부간에는 알게 모르게 조금의 간극은 언제나 있었다.

그건 오랜 세월 부대끼면서 느낀 서로에 대한 어떤 기대치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마눌은 마눌대로 나는 나대로 

여늬 부부와 다름없이 그런게 조금은 남아 있었다.

해서 마눌은 이 넘을 부를 때 늘 가시와 명품을 번갈아 가며 불렀다.

휴대폰을 누를 때 마다 미울땐 가시를 눌렀고 좋을땐 명품을 눌렀다.

 

 

그래도 우리는 한평생 별 탈없이 잘 산 것 같았다.

그 흔한 과외 한번 안시키고도 아이 둘을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대학을 다 보냈으니 그 정도면 아이들한테도 감사 할 일이고

한달에  한번정도 겨우 전화 한통화를 해도 ....................................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 변함이 없으니  

하나님 믿듯이 그렇게 믿는것도 좋은 일이었다.

 

해서 누군 이 사람들 진짜 태평이네 했지만

그 친구 얘기는 마눌 혼자 따로 놔놓고 겁도 안나나 이말인가 본데

바람을 피울려면 목욕탕 가다가도 눈이 맞는다 했더니

더 이상 아무말도 않했다.

하지만 우린 늘 이런식으로 살아서 그런지 이게 훨 편했다.

한데 그건 마눌도 비슷했다.

그녀 역시 의례껀 전화를 하면

잘 있죠 별일 없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이들 눈에도 이젠 그게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건축설계를 하는 큰 넘이 어느날 소주를 같이 마시면서

-설 살아보니 우리집은 남보다 한 10년은 더 앞서가는 것 같아요. 했다.

하긴 그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부부나 아이들이나 한 개인 소유물이 아닐바에야  ....................

서로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는 것도 잼있는 일인데 ................... 

사람들은 왜 울타리에 가두어둬야만 제 것이라고 생각할까.

 

 

 

누군 그건 핑계다 했고 누군 멋있다 했지만

어찌보면 그건 이 넘의 삶의 철학이기도 했고 핑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평생 붙어서

찌지고 뽁고 살면서 체신머리 없이 앵앵거리는 것 보다는

서로가 자유하면서  우아하게 (?) 사랑한다는 것도 참 행복한 것인데 

사람들은 꼭 교회에 가야 구원을 얻을수 있고 

절에만 가야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어느날 마눌 왈

-당신은 혼자 살 팔자예요 혼자 살 팔자  ........했지만

(그래도 당신이 거기 있으니 좋구려. 이 친구야 

사랑이 모 별꺼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