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마 됐거든요

커피앤레인 2009. 4. 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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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30

마 됐거든요 ......

 

 

 

 

 

 

 

 

울 어무이는 평생 술도 못먹으면서

술만 한잔 들어갔다하면

그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울어야만 합니까하고 곧잘 노래를 했다.

해서 이 넘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와 예전에 숨겨놓은 애인이라도 있었습니까하고

함 물어보고 싶었는데 끝내 그걸 물어보지 못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울 어무이 성격상으론 

꼬불쳐 놓은 애인이 없을 것 같은데 

시집오기전에 혹시 헤어진 사람이라도

아니면 마음에 둔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왜 술만 취하면 그 노래를 불렀을까 ?

그것 참  아리송했다.

 

 

원래 노래란게

제사의식에서 주술적인 의미로 시작된 것인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츰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하였지만 

언젠가 생뚱맞게 고 넘의 인기가 몬지

이 넘도 밤무대에 함 나가서 노래를 함 불러봐? 했더니 

언 뇬이

아이고 아자씨 마 생긴대로 노이소 .................하는 바람에

괜히 헛바람이 들었는가베 하고 그만 둔게  

지금도 아쉬웠다.

그때 눈 질끔감고

딴따라 패와 함께 돌아다녔으면 지금쯤은

밤무대에서 오빠야 ...................하는

아줌마 부대들이 제법 많았을건데 .

 

 

암튼 수천 수만금을 준다해도 

백바지에 백구두를 신었다해서   현철이나 이미자 흉내를 낸다고 하여

호박이 수박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마음이 울적하거나 답답하면

산에 올라가는김에 종종  

소리를 지르고 나면  

그나마 스트레쓰도 풀리고

기분도 새로왔는데  

요즘같이 삶의 무게가 느껴질땐 더더구나

노래라도 함 부를까 하다가도

요즘은 산에 오르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그것도 

꽤나 눈치가 보였다.

 

 

해서 어젠 송회장하고 둘이서 올만에 엄광산에 올라갔다가 

나혼자 샛길로 빠지면서 

그네 /향수/ 울어라 열풍아 / 초연/ 비목/ 날개..........................등등을 

한 숨에 다 꿰어버렸더니 

지나가는 아자씨가 몬 이름없는 가수가 왔나 하는지 

이넘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해서

에고 쑥스럽구먼 .....................몰 그리 쳐다보오 하고

그냥 가면 안되겠십니꺼 하고 짐짓 모른척하고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더니 

그 아자씨도 노래가 취미인지

저만치 가다가 또 사람을 힐끗힐끗 쳐다보곤 했다.

 

 

한데

아무래도

저 사람 목소리가 아깝네 했는지

아니면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구만

가수 하려다가 완전히 돌아삤는갑다 했는지  

좌우당 알 수는 없지만

이 넘이 하도 울어라 열풍아를 애절하게 부르자

가다말고 돌아서서 부라보하고 박수를 쳐댔다.

 

 

사실은 월말인데다가 

작년에 사 놓은 집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체

내버려둔체 세월만 까먹어서 

속이 엄청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어디다 내 놓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내 혼자 산에 올라가 땡고함을 지르는건데

저 아자씨가 뒤돌아서서 부라보 ...........................하니까

그나마 기분이 조금 괜찮아 꽃마을 찻집 아짐씨에게 들렸더니

-와 그새 안왔는데

통 안보이데 해사면서 ...........................

뜨거운 커피를 한잔 건넸다.

-마 바쁜일도 좀 있고 여러가지 골치 아픈것도 좀 있고 해서 

조용히 삼실에 있었다 아이요 했더니

지도 지 나름대로 변화가 많이 있었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해서

 과부사정 과부가 안다고

사는게 다 그렇고 그러니 우짜겠어요 해사면서

한참동안 같이 씨부렁거리다가

자리에 일어서면서 찻값을 주었더니

-찻값은 몬 찻값

그냥 가소 ...............................올만에 왔는데 하고는

기어이 찻값을 받지 않으려했다.

-아이고 공짜가 오데 있노

찻집에 왔으면 찻값은 당연히 내어야지 ,,,,,,,,,했더니

-아이고 마 됐거던요

그나저나 중국엔 또 언제가능교

가면 연락이라도 하이소  막걸리라도 한잔하게 해서

-글세 ...

아무래도 당분간은 힘 들겠네 했더니

-그래 .....

다들 에러버니 우야겠노  

그렇더라도 자주 놀러는 오이소

이러다가 얼굴 잊어버리겠다 하면서  

내 찻값 안받을끼이..... 해사면서 끝내 돈을 도로 돌려주었다.

(내 원참

차 한잔 두잔 팔아서 사는 사람이

돈을 안받으면 우야노 ......................

괜히 들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