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20
꿈꾸는자의 축복
새벽 2시
방금 먹은 안동소주가 제법 사람을 흥얼거리게 했다.
잡부는 내일 7시경 현장에 나올게 뻔했다.
나는 불과 몇시간 전에 갔던 길을 되돌아 오며
올만에 태화강의 야경에 흠뻑 젖어 있었다.
오늘따라 안개가 제법 자욱한 것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기 때문인데
안개가 자욱하자 제법 그림이 되었는지
간간이 아베크족들이 손을 꼬옥 잡은체 지나갔다.
하지만
강은 여전히 소리 소문도 없이
그렇게 유유히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가고 있었다.
하긴 지난 몇천년간에도 숱한 사람들이 지나갔고
또 몇천년간을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강은 사람보다 늘 더 의젓했다.
그가 그렇게 의젓한 것은
순전히 욕심이 없기 때문이었는데
하지만 사람은 늘 그렇질 못한 것 같았다.
이 넘이 사는
노가다 현장은 종종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때로는 왕년에 한가닥 하던 친구들도
날일을 하러 나왔고 사업을하다가 망해먹고
생활비라도 보탠다고 나오는 친구들도 있었고
바람을 피우다가 마눌에게 짤려서
지혼자 산답시고 나오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잼 있는건 마눌이 대부분 다 따로따로 살았다.
해서
왜 따로 살아요 하고 물으면
대답도 가지가지였는데
거의가 재산을 홀라당 다 까먹고
지혼자 딴지방에 나와서 막일을 해서라도 생활비를 벌어서
돈을 부쳐주는 사람도 있고
아예 마눌이 없다보니 돈을 벌어도 보내줄 곳도 없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데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다 착한 사람들인데
고 넘의 술이 몬지
바람이 몬지
욕심이 몬지
암튼 이런 저런 사연들로 비지땀을 흘렸다.
물론 김씨도 게중 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대구 모 대학 법대를 나온 친구 였는데
주식인가 몬가 하다가 홀라당 다 까먹고
죽으려다가 큰 딸 대학이라도 보내고 죽어야
그나마 면목이라도 안서겠나하고 이 길을 나섰나본데
그도 왕년엔 잘나가던 한약재상 사장님이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넘 같이
일년중 거의 절반을 타지방이나 외국으로 떠돌아 다니는
유랑민은 아예 마눌이 필요 없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은 일에 따라 호텔이나 모텔에서 자면되고
밥은 단골식당에서 먹으면 되니까
일단 기본문제엔 지장이 없으니
간혹 여자생각만 안난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도 없는데
굳이 돈을 벌면 마눌부터 먼저 생각하는건
또 무슨 이유일까..................
하긴 그렇다고 돈을 잘 주는 편도 아니니까
요 야시 같은 마눌께서
지발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세요했겠지만 ................ㅋㅋ
그래도 이 넘은 미련하리만치 늘 같은 꿈을 꾸곤했다.
백교수 말마따나 내 언젠가는 한방할끼다이 해사면서
그땐
조강지처도 챙기고 조강지첩도 챙길테니까
쪼매만 참아라하고 늘 큰소릴 뻥뻥 쳤는데
요 넘의 로또는 이번 주에도 또 꽝이었다.
에잇 재수 옴 올랐는가베................
또 꽝이가
그래도 언젠가는 로또가 되던지 대박이 터지던지
모가되도 되겠지하고 ......
이 넘은 오늘도 같은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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