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되돌아보는 날들

커피앤레인 2009. 8. 22. 17:07

 

전 혜령作

 

39971

 

 

2009/8/22

되돌아보는 날들

 

 

 

해질무렵 절영로 산책길은

생각보다 더 호젓했다.

파도가 일었고 미역냄새가 간간히 코를 찔렀지만

바다는 여전히 넉넉했다.

세상사  골치 아픈 일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그래도 바다가 있어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어

다행이었다.

 

텃새 노릇을 하던 갈매기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는데

제다 사직운동장으로 간건 아니겠제 ?

 

 

동삼제일교회는 어둠속에서도 여전히 숲속에 쌓여있었다.

목사관에 불이 켜진걸 보아 누군가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들어가서 인사를 하진 않았다.

만나면 올만에 만났다고 반가와야 하겠지만

한동안 격식을 차리고 떠들어대야하는게

여간 번거롭지 않을 것 같아 멀리서

목사관만 꼼꼼히 훑어보았더니

이미 십년이 넘었지만

이 넘이 지어서 그런지 참 예뻐보였다.

 

 

하긴

건축이란게 설계나 디자인하는 사람 취향만큼

닮다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잘 지은 집은 세월이 가도 그 귀티가 여전한 것 같았다.

 

 

 

촌넘은 한동안 전화를 하지 않더니

 요즘따라 하루가 멀다하고

행님 오데요 하고 꼬리를 또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내가 오덴지 니가 몬 상관이고

그리고 내한테 전화 하지말라 했제

-아이고 행님도

이젠 고만 좀 용서하이소

-마 됐다 

난 니 같은 넘 동생둔 적 없으니까 두번 다시 전화하지마라이

알았제

-아이고 행님

행님이 없으면 내가 몬재미로 중앙동 가능교

그리고 또 몬재미로 살고요

-몬재미로 살던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하면 되지

와 싫다는 나를 자꾸 끌어넣노

-아따마 행님 노여움 푸이소

내 며칠 안에 함 넘어갈게여

그때 술 한잔 하입시더

-미친 넘 아이가

싫다해도 와이리 자꾸 쫓아다니지

 

 

-촌넘 그사람 사이코지예?

-모 사이코까지야 하겠나

-엊그저께도 우샘있나하고 밤늦게 전화했던데

-그래?

 내버려둬라

글마는 원래 지 아쉬우면 전화하는 넘 이니까

니는 마 모른척해라

-저야 모라합니꺼 

그냥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으로만 대하면 되지만 .......................

하는 짓이 좀

-마 됐다.

맥주나 한병 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