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혜령作
2009/8/22
되돌아보는 날들
해질무렵 절영로 산책길은
생각보다 더 호젓했다.
파도가 일었고 미역냄새가 간간히 코를 찔렀지만
바다는 여전히 넉넉했다.
세상사 골치 아픈 일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그래도 바다가 있어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어
다행이었다.
텃새 노릇을 하던 갈매기도 오늘은 보이지 않았는데
제다 사직운동장으로 간건 아니겠제 ?
동삼제일교회는 어둠속에서도 여전히 숲속에 쌓여있었다.
목사관에 불이 켜진걸 보아 누군가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들어가서 인사를 하진 않았다.
만나면 올만에 만났다고 반가와야 하겠지만
한동안 격식을 차리고 떠들어대야하는게
여간 번거롭지 않을 것 같아 멀리서
목사관만 꼼꼼히 훑어보았더니
이미 십년이 넘었지만
이 넘이 지어서 그런지 참 예뻐보였다.
하긴
건축이란게 설계나 디자인하는 사람 취향만큼
닮다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잘 지은 집은 세월이 가도 그 귀티가 여전한 것 같았다.
촌넘은 한동안 전화를 하지 않더니
요즘따라 하루가 멀다하고
행님 오데요 하고 꼬리를 또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내가 오덴지 니가 몬 상관이고
그리고 내한테 전화 하지말라 했제
-아이고 행님도
이젠 고만 좀 용서하이소
-마 됐다
난 니 같은 넘 동생둔 적 없으니까 두번 다시 전화하지마라이
알았제
-아이고 행님
행님이 없으면 내가 몬재미로 중앙동 가능교
그리고 또 몬재미로 살고요
-몬재미로 살던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하면 되지
와 싫다는 나를 자꾸 끌어넣노
-아따마 행님 노여움 푸이소
내 며칠 안에 함 넘어갈게여
그때 술 한잔 하입시더
-미친 넘 아이가
싫다해도 와이리 자꾸 쫓아다니지
-촌넘 그사람 사이코지예?
-모 사이코까지야 하겠나
-엊그저께도 우샘있나하고 밤늦게 전화했던데
-그래?
내버려둬라
글마는 원래 지 아쉬우면 전화하는 넘 이니까
니는 마 모른척해라
-저야 모라합니꺼
그냥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으로만 대하면 되지만 .......................
하는 짓이 좀
-마 됐다.
맥주나 한병 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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