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국화꽃을 샀다

커피앤레인 2009. 10. 26. 14:10

 

 이 경애作/ 가을

 

 

39987

2009/10/26

국화꽃을 샀다

 

 

 

산속은 이미 늦가을로 접어들었나보다.

색갈이 바랜 떡갈나뭇 잎들이 작은 오솔길 주위로 수북히 쌓여있었다.

소나무 같은 상록수들이야 어쩔수 없겠지만

오리목이나 느티나무는 제법 색갈이 곱게 물든게 참 아름다웠다.

 

 

마침 구덕문화공원 다목적관엔 서예 /서각 7인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필체나 서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송하 임채길(松河 林采吉)선생의 常樂日利(상락일리/늘 즐겁고 좋은 일만 있으라)...........................라는 서각이나 괴산 최영백 (槐山 崔榮伯) 선생의 

王維선생의 시  전원락(田園樂)이라는 서체가 한참동안 발걸음을 머물게 하였는데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적 없다는 초미 이영미씨의 산수화가

이 가을에 걸맞게 또 사람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물론 추강 문봉현(文烽懸)선생이 쓴 김시습作 천주사간화도도  사람의 마음을 한동안 붙들어 매었지만 ......................

 

 

 

하지만 햇살이 점점 여려지는걸 보아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은 모양이었다.

해서 억새풀이라도 몇 컷 찍으려면 이쯤에서 물러나야할 것 같아

애써 뒤돌아서는데

누군가 어이 ........................하고 손짓을 했다.

보아하니 아는 사람이었다.

-니 하오마?

-하오하오 헌하오

우린 중국말을 잘도 씨부렁 거렸다.

-아니 어떻게 여기서 만나다니  .............

-그러게

그는 기어이 삶은 옥수수랑 커피를  샀다.

산골아짐씨는 서로 아는사이인가베 하고 ,,,,,,,,,,,,,,,,,,,베시시 웃었다.

-알다말다 이 친구 진짜 멋쟁이다 중앙동 멋쟁이 

-에이 몬 말을 그리하오 

 

 

 

암튼 일행도 있으니 이만 하고  갈길을 재촉하였더니

산등성이 저멀리 억새풀이 은빛 바다를 이루었다. 

아,,,,,,,,,,,,,,,,,,,,,,,,,좋네

햇살도 안성마춤이고

해서 몇 컷을 찍은 다음 내려오는 길에 꽃마을에 다시 들렸더니

꽃마을 아짐씨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국화꽃 떨이를 하라고  손짓을 했다.

해서 이왕온 것 산에 온 기념으로 꽃이나 한송이 살까 했더니

국화꽃 향기가 너무 싱그럽고 향긋했다.

하긴 여기선 예로부터 전부 노지에서 국화를 기르다보니

비닐하우스에서 기른 꽃하곤 애초부터 차원이 달랐다.

아짐씬 어차피 해도 젔으니 석단에 5천원에 가져가라고 선심을 썼다.

 -그래요 ?

뇨잔 신문지를 두루루 말아 꽃을 싸주었는데 ..................................

 

 

 

남포동 극장 골목길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대었다.

-그새 갔다 왔능가베 사진 많이 찍었능교

-응

-손에 든 그건 뭔데요

억새풀 뜯어왔능교

-억새풀은

국화꽃 향기가 넘 좋아서 세단 샀잖아

-아  역시 멋을 아는 사람은 다르네

-사실은 당신들 세사람 고생한다고 일부러 사왔다

한단만 사면 또 언년은 본 마누라고 언년은 첩이가 하고 질투할까봐

세단샀다.

-옴마야

우예 이리도 내맘을 잘 아노

안그래도 산에 가고 싶어 죽겠던데 ...............

내 떡뽁기 장사 이렇게 오래 해도 꽃 선물은 첨 받았다

행님도 그렇제

진짜 감동되네 우야노

-우야긴

어렵드라도 자식 잘 기르고 힘내라고  산 것이니까

딴 마음은 품지마래이

난 고런덴 별 관심도 없응께

-아이고 그라믄 내사 마 더 좋지

부담도 안되고....................................

어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