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사랑하리 사랑하라

커피앤레인 2009. 10. 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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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8

사랑하리 사랑하라

 

 

 

모처럼 삼실 배치를 바꾸어 보았더니

변화란 좋은건가보다

새삼스레 모든게 새로와보였다.

해서 약간 곤하기도하고 기분도 좀 그래서 

잠시 간이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더니

시계가  저혼자 저만큼 앞서 가버린 뒤였다.

 

 

노가다란 직업이 좋은건

현장에 나가지 않을땐

전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았다.

해서 때때로 주머니가 비어서 탈이었지만

그래도 견딜만은했는데

그렇지만 그냥 맥없이 어디론가 흘러 가버린 시간만큼은  

참 아까웠다.

 

 

원로 시인이신 김남조 선생을 만난건 어제 백년어(百年魚) 찻집에서 였다.

선생은 마침 부산에 강의차 오셨나본데

사진에서만 보았기 때문에 얼굴을 봐도

그리 낯설진 않은데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해서 선생이 쓴 시집을 한권 내밀었더니

우선생혜존 김남조하고

기꺼이 사인을 해주셨다.

한데  지팡이를 쥔 것 외엔 82세라고 하기엔 아직도 너무 정정하고 고왔다.

오늘은 선생의 시 한편으로

이 가을을 그나마 즐기고 싶은데

물끓는 소리가 너무 요란했다.

차라도 한잔 마시고 천천히 시를 음미해가면서 읽으라는가 보다 ..................................

(선생의 사랑하리 사랑하라는 시화선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시 한편을 뽑아보았다)

 

 

 

저무는 날에

 

 

                  김남조

 

 

 

날이 저물어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꿈꾸며 오래오래 불타려해도

줄어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 같은 것

 

 

날이 저물어가듯

삶도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 싶던 그 마음도

세월 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날엔 혼자인 것

영혼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의 품안에

눈 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