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혼자사는 맛도 개안네

커피앤레인 2009. 10. 3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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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혼자사는 맛도 개안네 

 

 

 

곰삭을수록 깊은 맛이 더한다했던가 .

몇해전에 썼던 갈대아 우르에서 그발강 까지..................라는 글을

책으로 펴내려니 다시한번 손이갔다.

해서 다소 어색한 문장들은 뜯어고치고 손을 좀 보았더니 

역시 환경은  사람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보다.

 

 

 

아내와 떨어져 산 것도 꽤나 오래되었는지  

이젠 그것도 아주 익숙한 습관이 되었나보다.

잠자리에 들때마다

클라식이나

종교음악을 밤새 틀어놓아도 누구하나 뭐라하는 사람이 없었다.

해서 어제밤도 밤새 성가곡을 틀어놓았는데

혼자 사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 아닌 것 같았다.

 

 

현잔

함양 상백 가을풍광이 너무 아름답다고

서리 오기전에 꼭 한번 오라고 은근히 유혹(?)을 했다.

-가봐야 뭐 재미 있는 것도 하나도 없더만

모하라꼬 자꾸 오라하는데

-아이고 샘이 산보러왔지 어데 뇨자보러왔능교

-말이야 그렇다만

그래도 님도 따고 뽕도 따면 더 좋다하던데

-마 바랄걸 바라이소이

 

 

 

함양엔 현자 외에도 수영이도 있었고

무진 선생도 있었고 정옥씨도 있었다.

한데 울마눌은 딱 한번 따라오더니

거기 모인 남자들이 모두 산적두목 같다며 영 싫어했다.

 

 

한데 만흰 초저녁부터 일잔을 했나보다. 

-오빠 나 낼 일본가

-그래 ?

내가 뭐 하나줄까  가만 있어봐라

아 일본어 책한권 선물할게 잠시만 ....................

 

강나루엔 초저녁부터 만희 친구들이 송별회한답시고

떼거리로 앉아 있었다.

여자들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별이 예사롭지 않은가보다.

마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지바고에 나오는 병사들처럼

그렇게 밤새 떠들며 술을 마셨는데

자자 기분도 그렇고 노래 부르자 노래하더니

-오빠가 먼저 함 불러봐라

-아니 정교수가 먼저 불러야지

-맞다 교수님 이수인 선생의 고향마을 한곡만 .......................부탁합니다 하더니

맹숙이란 뇬이

-콰이 콰이 ............씽 뿌씽 마 ? 해사면서

중국뇬 행세를 하는바람에 사람 배꼽 나오는줄 알았다.

-하오하오 한다이야................

우리 사람 한다면 한다이 하더니 드디어 정교수가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 .................................................. 하며

고함을 질러대자

고음이 천장을 돌아 돌아 좁은 골목으로 비집고 나갔는지

오사까 아짐씨가

- 저 놈의 집구석은 맨날 노래만 하나 하고

입을 씰룩거렸다.

 

-그럼 모할끼고 밤에 노래라도 불러야지

하며 이 넘이 마침 화장실에 다녀오다 되물었더니  

-그럼 우쌍도 노래 할끼가 하고

이 넘을 빤히 쳐다보았다.

-봐라  오짜상인지 오사까인지 

 저 구신들이 하루 이틀 여기살았오

그리고 지금 이 바닥에서 이 스타를 가만둘 넘이 오데 있오

-아이고 내가 몬산다 몬살아

오사까로 도로 돌아가던가 수를 내야지  

-와 일본 쪽바리 영감이 오라하덩교

-이 아저씨가 봐라 쪽바리 영감이 모꼬

-아 시쯔레이

쪽바리 영감이 아니고 쪽바리 아저씨지 ㅋㅋ

 

 

한데 말이란 참 재미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이 넘 보고 세계 최고의 가수라며 뱅기를 태우곤 

우따이 우따이 했다.

우따이는 일본어로 노래라는 말인데 

중국말로는 창가 (唱歌 /중국사람들은 이걸 창꺼라고 발음했는데 )라고 했다.

해서 

분위기도 그렇고 그래서 .............

이럴때 또 질질 빼면

절마 저거 촌넘 아이가 해사면서

또 한 소릴 할꺼고

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지긋이 감은체 의자에 손을 얹고

이 정옥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한곡 뽑았더니

앵콜 숫콜 오빠야 ..............................하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해서 이왕 하는 것 까지껏

돈이없나 시간이 없나 불알이 없나

있는거라고는 목소리뿐인데 해사면서

울어라 열풍아 하고 한곡 더 길게 뽑았더니

내김에 내가 반한거가

이 넘의 가심에 그토록 모질게 못을 박고 도망간 뇬도 없는데

우찌그리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지

참말로.....................웃꼈다.

 

 

못견디게 괴로워도 울지 못하고

가는 님을 웃음으로 보내는 마,,,,,,,,,,,,,,,,,,,,,,,음

그 누구가 알아주나 기맥힌 내 사랑을

울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